“방탄소년단 ‘앤서: 러브 마이셀프’ 노랫말을 좋아해요. 특히 ‘나의 사랑으로 가는 길/ 지금 가장 필요한 나다운 일/날 위한 태도 그게 날 위한 행복’ 부분을요. 이 가사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우고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하도록 도와줬죠.”(닐암)
“‘넘어지고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란 가사가 좋아요. ‘에필로그: 영 포에버’란 곡이죠. 우리 모두 꿈과 희망이 있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잖아요. 이런 게 진짜로 절 흔드는 거죠.”(엠마)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미국 뉴욕 팬들의 인터넷 모임 운영자인 닐암과 엠마에게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꼽아 달라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모두 한국어로 된 가사였지만 두 사람은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닐암은 방탄소년단 노래의 미국 라디오 선곡 신청을 주도하는 ‘BTSx50states’ 동북지부 ‘BTSxNortheast’를, 엠마는 뉴욕 거주 ‘아미’(방탄소년단 팬 명칭)들의 모임인 ‘‘BTSxNYC’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을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즈 시티 필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장에서 만났다.
닐암은 2016년 친구에게 방탄소년단을 소개받아 유튜브로 ‘런’ 뮤직비디오를 보고 방탄소년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엠마는 지난해 미국 지상파 방송 ABC로 생중계된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이 ‘DNA’를 부르는 모습을 처음 본 뒤 팬이 됐다. 두 사람 다 방탄소년단을 알기 전엔 K팝에 관심이 없었다. 닐암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제외하곤 아는 한국 노래가 없었다.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이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닐암은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춤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러브 유어셀프’ 앨범 시리즈처럼 음악으로 교훈을 주기도 했다”며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점이 특이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엠마는 “방탄소년단은 여러 장르에 도전하며 음악적 실험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팬들의 사랑으로 쌓은 명성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 더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너를 사랑하라’를 주제로 2년여 동안 시리즈 앨범을 내고 최근 ‘너 자신을 말하라(Speak Yourself)’라는 유엔 연설을 통해 청년이 잃어버린 이름을 찾기를 바랐다. 닐암은 특히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을 언급하며 “청년을 걱정하고 더 나아가 청년이 변하길 바라는 보이그룹을 전엔 본 적이 없다”며 “방탄소년단의 그런 메시지가 내겐 음악을 넘어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방탄소년단만의 한국적 색채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방탄소년단은 신곡 ‘아이돌’ 음악에 국악을, 춤에 탈춤 동작을 활용했다. 후렴구엔 “얼쑤 좋다” 등을 넣어 구수함까지 줬다. 닐암은 “‘아이돌’ 을 통해 ‘얼쑤 좋다’의 뜻을 알게 됐고 춤도 탈춤을 활용한 동작이란 걸 접했다”며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뿌리를 잃지 않고 한국적 문화를 녹여 세계에 전파하려 하는 게 근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내 출신이 자랑스러워졌다”고도 했다. 엠마는 “‘얼쑤 좋다’가 음악에 기운을 더해준다”며 “발음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음악을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진 셈이다.
‘외랑둥이’(외국인과 사랑둥이의 합성어로 방탄소년단 해외 팬을 일컫는 말)는 방탄소년단을 알리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엠마는 지난 1일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아이돌’ 플래시몹을 했다. 10여 명의 ‘BTSxNYC’ 회원들과 함께였다. 엠마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 방탄소년단 뉴욕 공연 표 예매를 놓칠 뻔 했는데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나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뉴욕=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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