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고위 관계자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캐나다 중장)은 미국 워싱턴 DC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왜 그렇게 열심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낙관론자들은 그 사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길을 바꾸고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려고 북한 내부용으로 종전선언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그것을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또 다른 술책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에어 부사령관은 1950년 유엔사 창설 이후 미군을 제외한 제3국 장성으로 처음으로 유엔사 부사령관에 임명된 인물이다.
에어 부사령관은 현재의 데탕트와 협상 분위기 덕분에 영구적 평화로 가는 절차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면서도, 북한을 ‘동맹 갈라치기 전문가’로 칭하며 경계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법적인 토대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유엔사령부의 존재와 왜 계속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에어 부사령관은 이날 세미나에서 유엔사령부 해체 가능성도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여러 요구와 함께 유엔사 해체에 대한 요구도 필시 있을 것”이라며 “어떤 시점에서는 유엔사 해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반드시 올바른 시점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북한 의도에 대한 경계심과는 별도로 유엔사의 향후 위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견해에 공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매우 다르고, 공식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메커니즘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런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명확하게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종전선언 때문에 유엔사의 지위가 영향을 받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고 정전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강조했다. 그는 유엔사와 남북한군이 곧 최근 협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3자 대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유엔사령관을 겸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는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에서 9ㆍ19 평양 공동선언 군사분야 부속합의에 포함된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초소(GP) 철수는 유엔 사령부의 소관이라고 해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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