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독일의 차량들이 계속 나긋하고 상냥해지고 있는 사이, 캐딜락은 특유의 견고한 차체를 바탕으로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진 드라이빙 감성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점에는 캐딜락의 고성능 디비전, V가 존재한다. V는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확실한 포지셔닝, 브랜딩이 된 상태는 아니지만 캐딜락 퍼포먼스를 상징하며 새로운 등장 때마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퍼포먼스를 과시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캐딜락 ATS-V 역시 그런 존재다.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담다
캐딜락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예리하며 긴장된 디자인이다. 하지만 V라는 이름이 더해지면 ‘과격함’ 혹은 ‘폭력성’까지 더해진다. 캐딜락 ATS-V가 좋은 예다. ATS를 기반을 하는 만큼 그 체격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앞선 차량을 잡아 먹을 듯한 전면 디자인의 디테일에 이목이 집중된다.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를 더하고 날카로운 형상의 카본파이버 파츠를 더했다. 여기에 크롬 가니시가 아닌 메쉬 타입으로 구성된 프론트 그릴과 가운데가 볼록 솟은 보닛을 얹어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완벽히 과시한다.
과감한 전면에 비하면 측면은 다소 심심한 편이다. 18인치의 V 전용 알로이 휠을 더한 것 외에는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도어 패널에 V 엠블럼을 더했지만 그 크기가 작은 편이라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후면에서는 그 아쉬움을 완벽히 증발시킨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하고 듀얼 타입의 트윈 머플러 팁과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리어 디퓨저를 적용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기능적인 만족감을 높인 실내
캐딜락 ATS-V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기능적이고 과감하다. 가장 먼저 실내를 살펴보면 알칸타라를 씌운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도어 트림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레이아웃이 다소 어색한 계기판이 붉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계기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센터페시아, 대시보드 등의 구성은 ATS와 같다. 그러다 보니 CT6나 XT5의 인테리어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CT4가 데뷔하면 실내 공간에서의 만족감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 자체는 컴팩트한 차체의 ATS의 영향을 그대로 이어 받는다. 하지만 ATS-V는 정말 우수한 만족감을 연출한다. 특히 레카로에서 공급하는 스포츠 버킷 시트는 보기만 하더라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다만 체격이 큰 미국인들을 고려한 시트인지 국내 운전자에게는 약간 헐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향후 ‘아시안 핏’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다.
한편 2열 공간은 존재에 의미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ATS 자체적으로도 2열 공간이 좁은 편인데 ATS-V의 경우에는 레카로 스포츠 버킷 시트가 더해지며 2열 공간이 더욱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시트의 소재나 디자인 등에서는 정말 우수한 만족감을 제시한다.
압도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
캐딜락 ATS-V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드라이빙에 있다. 그러한 중심에는 역시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자리한다. V6 3.6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470마력과 61.4kg.m의 폭발적인 출력을 과시하며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3.8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고 최고 속도 역시 302km/h에 이르며 경쟁 고성능 모델들을 압도한다.
실제 주행에서 느끼는 엔진의 매력은 상당하다.
엔진의 반응이 아주 날카롭거나 기민한 편은 아니지만 저 RPM부터 풍부한 힘이 발산되어 꾸준하고 점진적인 가속력이 이어진다. 다만 부드럽게 변속을 이어가고 또 변속 충격을 줄이는 8단 자동 변속기, 캐딜락 특유의 견고한 차체 덕인지 운전자가 느끼는 속도감이나 가속감이 강한 편이 아니라 여유롭게 엑셀레이터 페달을 조율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운드도 경쟁 모델 대비에는 다소 나긋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체감 가속력이나 사운드가 강한 편이 아니라 사실 운전자에게 심심한 가속감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 순간적인 가속력과 사운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수한 운동성능이 가지는 가치는 퇴색될 이유가 없다.
강인한 하체로 완성되는 드라이빙
캐딜락 ATS-V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하체에서 나타난다. V6 트윈터보 엔진도 매력적이지만 강인하고 견고하게 다듬어진 하체의 셋업도 뛰어나다. 전륜과 후륜이 모두 노면을 움켜쥐어 후륜 구동 차량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후륜 구동의 한계를 뛰어넘는 움직임을 연출해 운전자로 하여금 더욱 높은 한계치에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연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노면 상태에 따라 적극적으로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조율하며 탁월한 로드 홀딩 및 코너링 퍼포먼스를 과시한다. 상황에 따라 기계적인 한계나 특성을 연이어 변화시키며 가장 효과적인 출력 전달 및 움직임을 연출해 드라이빙의 완성도에 극을 추구한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을 제대로 경험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ATS-V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운전자 스스로가 차량을 이기려고 드는 순간 차량과 운전자가 합을 맞추지 못해 코너를 앞두고 막막해질 우려가 있다. 대신 ATS-V의 하체와 움직임을 믿고 코너에 파고 든다면 그 어떤 차량보다도 뛰어난 움직임으로 운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고성능 차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역시 재동 성능에 있다. ATS-V는 말 그대로 출력을 압도하는 강력한 제동 성능을 품었다. 시승 중에 ‘스티어링 휠을 놓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전후, 좌우 밸런스를 갖춰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자신감 넘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자신이 생긴다.
데일리카로도 충분한 ATS-V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캐딜락 ATS-V는 강력한 출력과 뛰어난 움직임을 자랑하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다는 점이다. MRC의 개입 덕에 투어 모드로 주행을 할 때에는 급작스러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확실히 다듬을 수 없다 하더라도 여느 세단들과 비교를 해도 크게 아쉬움이 없는 승차감과 안락함을 제시한다.
시승 차량의 경우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서 세이프티카로 사용되고 있는 ‘가장 혹독한 상태로 운영된 차량’이었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ATS-V가 과시한 정숙성이나 안락함, 승차감은 정말 고성능 차량으로서는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냉정함으로 마주해야 할 존재, 캐딜락 ATS-V
캐딜락 ATS-V의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운전자가 냉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드라이빙을 앞두고 있다면 ATS-V는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게 아니라 0.001초라도 빨라지기 위해 트레이닝을 하는 레이싱 시뮬레이터에 오르는 자세를 요구한다.
여느 고성능 모델들이 운전자가 흥에 겨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고 패들시프트를 당기며 차량의 출력을 과시하는 것을 즐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캐딜락 ATS-V는 냉정히 자신의 주행과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 분석하며 조금 더 빠른 주행을 완성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에서 ‘편안함’이라는 이점을 얻었지만 ‘과시하기엔 어딘가 흥이 나지 않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시욕을 버릴 수만 있다면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다이내믹한 영역에서도 경쟁자를 압도하는 완성도 높은 주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데뷔할 CT4에 고성능 모델이 존재하게 된다면 완벽한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함께 ‘운전자의 흥’까지도 챙길 수 있길 바란다.
좋은점: 세그먼트 내에서 가장 완벽한 드라이빙 퍼포먼스
아쉬운점: 타인에게 과시할 ‘흥’이 부족한 존재감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글) / 김학수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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