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뇌물 등 16가지 혐의 상당부분 인정
재판부 “국민에 실망ㆍ불신 주고 책임 전가”
범행 시인하고 이제라도 진정으로 속죄해야
오랜 기간 논란이 돼온 다스 소유관계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자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5일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다스 비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조세포탈 등 기소된 16가지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주권자를 배신하고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핵심 쟁점인 다스 소유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른바 ‘MB 집사’ ‘MB 금고지기’들뿐 아니라 다스 경영진은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한결같이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다스 설립 자금을 대고, 직원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주기적으로 경영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이들의 진술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67억원을 삼성이 대신 납부했다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 제출과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다스 지분 관련 문건도 움직일 수 없는 근거가 됐다. “다스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고 강변했던 이 전 대통령의 뻔뻔한 행태를 돌이켜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헌법과 법률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 받은 대통령 자리를 뇌물 등 사익을 취하는 데 이용한 행태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은 경제계 등의 건의가 아니라 뇌물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했다. 수십 억원을 주고 자리를 얻은 사실을 폭로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도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는 재판부의 질타는 국민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억울함을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최후진술에서는 “부당하게 돈을 챙긴 적도,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 생중계 등을 이유로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판결 결과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중형 선고는 대통령 권력을 불법적 자금 수수의 수단으로 삼고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데 대한 준엄한 심판인 셈이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진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새삼 사법기관의 역할과 책무를 상기시킨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다스 문제가 불거져 검찰과 특검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무혐의 결론이 났고, 이 전 대통령은 무난하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당시 수사 한계는 있었으나 대통령 당선과 관계없이 끈질기게 파헤쳤더라면 지금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과 사법부는 다스 사태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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