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동까지 지속 땐 ‘종전선언 빅딜’ 암초 우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사흘 앞두고 미 정부가 추가 대북제재 이행에 나서면서 북미 간 막판 기싸움이 고조되는 형국이다.북한은 연일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핵시설 폐기 검증이나 핵무기 신고 등 추가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제재를 둘러싼 양측 신경전이 7일 평양 회동에서도 지속될 경우 영변 핵시설 폐기와 6ㆍ25전쟁 종전선언 간 ‘빅딜’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재무부가 4일(현지시간)대북 교역에 관여한 터키 기업 1곳과 터키인 2명, 북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것은 사흘 후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앞두고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말 유엔총회에서 “제재가 우리의 (대미)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고 비판한 후 북측이 계속해서 제재해제 목소리를 높이자, 이날 추가 제재로 ‘완전한 비핵화 확신을 갖기까지 제재는 유지한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보낸 것이다. 실제 미 국무부 관계자는 같은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제재는 완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전면적 이행이 우리를 지금의 순간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북한도 미국 정부 입장에 개의치 않겠다는 듯 끊임없이 제재완화를 거론하며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제재 문제로 말하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이 제재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의 북미 간 날 선 대립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기싸움 성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방북의 중심 의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로드맵을 짜는 것이지만 폐기 검증 절차나 ‘플러스 알파’ 협상 사안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신고 및 폐기 등에서 하나라도 카드를 더 확보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상호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빈손 방북’이 됐던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전과 양상이 똑같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북한과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미국의 기싸움 정도로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에서도 대북제재가 의제로 오른다면 협상 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측이 제재완화를 주장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추가 비핵화 약속에 소극적일 경우 미국도 회의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인 제재 해제를 언급하려 하겠지만 이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면 최소 핵물질이나 ICBM 등 핵무기 신고 의사는 보여줘야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가늠자 삼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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