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17조5,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한번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중 약 80%는 독보적인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가 쓸어 담았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 끊이지 않아, 삼성전자 앞에는 반도체에 편중된 이익구조를 개선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5조원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으로 집계한 3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5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원)에 이어 역대 분기 중 두 번째로 많다. 영업이익은 기존 최대였던 올해 1분기 영업이익(15조6,400억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8%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무려 20.44%가 늘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17조1,669억원)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고인 26.9%까지 치솟았다. 최근 제조업에서 영업이익률 10%를 넘기기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이익률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작성한 영업이익률 기록(25.8%)을 두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3분기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을 7~9월 일수(92일)로 나누면 하루에 1,902억1,739만원 꼴이다. 한 시간에 79억2,572만원, 분당으로 따지면 1억3,209만원이다. 초침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약 22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3분기 경영실적도 매출 약 25조원과 13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거둔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의 분기 영업이익 기록은 올해 2분기의 11조6,100억원이다. 2016년 1분기 2조6,3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신기록 행진을 계속했다.
중국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공세에 2분기 1,400억원에 그쳤던 디스플레이 영업이익도 LCD 가격 상승과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확대로 1조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9 조기 출시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로 인해 ITㆍ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2조6,7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매출 184조원에 영업이익 48조원을 올려 연간으로는 처음 매출 250조원을 넘볼 수 있게 됐다.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돌파도 유력하다. 매출 250조원은 올해 249조원인 뉴질랜드의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규모다.
반도체 고점 논란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의 위협 요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올해 초부터 가격이 조금씩 내려갔는데, 최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수요 감소 및 재고 영향으로 D램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도 올해 4분기 D램 가격 5% 하락을 예측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겨울에 반도체 가격 하락까지 예상돼 증권가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추격 중인 상황도 부담이다. 하지만 세계 1위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을 지탱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삼성 인공지능 포럼’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올해 4분기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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