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엄마’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쉼 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한국 장애인 사이클의 간판 이도연(46)에 붙는 수식어다. 그가 6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관왕을 노린다.
이도연은 열아홉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10년 넘게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다. 서른넷에 탁구를 시작해 2012년에는 육상 선수로 변신했고 그 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3관왕에 올랐다. 2013년 핸드사이클에 입문해 이듬 해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이클 도로(1명씩 출발해 기록으로 순위 결정)와 독주(여러 명이 한꺼번에 출발해 결승점 통과순으로 순위 결정)에서 2관왕을 차지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같은 해 2014년 이탈리아 장애인 도로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올랐고 2016년 리우 패럴림픽 도로에서도 은메달을 따며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도연은 도로에서 눈밭으로 무대를 옮겼다. 마흔 넷에 스키를 배워 지난 3월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로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 등 7개 종목에 출전했다. 장성한 세 딸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평창에서 메달은 못 땄지만 장녀 설유선(26) 씨 또래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전 종목 완주에 성공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스스로를 “세계적인 선수”라고 말하는 이도연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이번에도 목표는 2관왕이다. 자만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지 않은 나이에 평창 패럴림픽에 이어 장애인 아시안게임까지 참가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철의 여인’답게 “실력이 문제지, 체력은 괜찮다”고 환하게 웃은 뒤 “훈련과 경기를 하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세월 가는 줄 모른다. 값진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에는 쉼표가 없다. 이도연은 “평창 패럴림픽 때는 노르딕스키를 배워가며 경기를 해 너무 어려웠다.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25~29일)이 끝나면 올해 겨울 다시 노르딕스키에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은 6일부터 13일까지 펼쳐진다. 한국은 17개 종목에 307명, 북한은 3종목(탁구,수영,육상)에 23명의 선수단을 각각 파견했다. 남북은 개회식 때 공동 입장하고 탁구 단체전과 수영의 계영(4X100m), 혼계영(4X100m)에서 단일팀을 구성한다. 국가 명칭은 KOREA(COR), 단가는 아리랑이다. 공동 입장과 단일팀 모두 장애인 스포츠 사상 최초다. 남북은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 때 공동 입장하기로 했지만 막판에 한반도기 독도 포함 문제로 의견이 엇갈려 무산된 적이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자카르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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