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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속의 여론] 취업자 56% “일자리 잃을까 불안하다”

입력
2018.10.0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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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낳은 고용참사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에 힘을 쏟고, 이를 방어하려는 여야 사이에 때 아닌 통계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야당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실업수당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의 크기나 실업정책 선호가 어떠한지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은 부족해 보인다.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소장 권혁용 고려대 정외과 교수)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팀장 박종선 수석부장)이 고용불안과 실업위험 진단을 위한 조사를 진행한 이유다.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60+ 시니어일자리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60+ 시니어일자리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취업자 56% “내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9월 14~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623명)가 취업인구로 분류된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 통계에서 15세 이상 고용률 60.9%에 근접한 결과이다. 취업자 중 70%(437명)는 임금 근로자, 30%는 자영업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10%, 1인 자영업자 13%, 무급가족 종사자 7%)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내 일자리는 안정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통해 일자리 안정성 진단을 해보자. 취업자 623명 중 56%는 자신의 일자리가 안정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고, 동의한다는 응답은 40%에 불과했다.(모르겠다는 응답은 4%)

 ◇비정규직, 영세 자영자의 직업 불안정성 뚜렷 

직종별로 보면 자신의 일자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관리/전문직(44%)과 사무직(53%)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생산/기능/노무직(61%)과 서비스/판매직(63%)에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용 상태로 보면 임금노동자의 경우 계약기간 1년 이상의 상용직에서는 불안감이 47%에 그쳤으나 임시직(계약기간 1개월~1년 미만)에서는 78%, 일용직(1개월 미만) 86%로 높아 대비된다. 한편 비임금 자영업층에서도 고용이 있는 고용자영업자의 경우 일자리 불안감이 44% 수준에 머물렀지만, 1인 자영업자나 무급가족 종사자의 경우 각각 66%, 64%로 격차가 크다. 직업적 안정성이 높은 소득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소득 가구의 유지 비결이 안정적인 직장에 있음을 시사한다.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한 번 실직 경험하면 실직 반복할 가능성 커 

문제는 현재의 일자리 불안은 과거 실직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미래의 실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 취업자 중 실직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9%, 실직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51%였다. 그러나 현재 일자리가 불안정하다고 답한 층의 60%가 이미 실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에 일하고 있다고 답한 층에서는 37%에 불과하다. 실업 이후 구직 직종과 고용상의 지위가 안정적인 정규직이나 자영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불안정한 블루칼라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으로 흡수되어 한번 실직을 하면 반복되는 실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만성화 하는 실업 위험 

향후 5년 내 실직 가능성에 대한 우려(미래 실업위험 인지)도 심각하다. 범위를 넓혀 현재 취업 중이거나 구직 의향이 있는 843명을 대상으로 향후 5년 내 실업위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무려 62%가 실업위험이 높다고 답한 반면, 낮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하다. 미래의 실업위험 인지 역시 과거의 실업경험의 영향을 받는다. 실업경험이 없는 응답집단(414명)에서는 향후 5년 내 실업 위험이 낮다는 비율이 42%, 높다는 비율은 51%였다. 실업경력이 있는 응답층에서는 미래 실업위험이 높다는 응답이 73%로 급격히 높아진다. 이처럼 주관적 인식지표는 객관적 지표가 보여주지 못하는 고용기회의 불평등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림 7[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그림 7[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실업취약계층, 실업수당보다 일자리 선호 

일각의 우려처럼 실업취약계층은 실업수당에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을까? 비취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조사 응답자 1,000명에게 실업수당 확대(기간 연장, 수당 증액)와 일자리 창출 중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보는지 물어본 결과, 72%는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실업수당을 꼽은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현행 실업수당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수용 여론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지급규모에 대해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35%, 과도한 편이라는 응답이 26%인 반면에 부족한 편이라는 응답은 23%에 불과하다. 실업수당 지급기간에 대해서도 38%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답하고, 긴 편이라는 응답이 22%, 짧은 편이라는 응답은 26% 수준이다.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복지병 우려는 현실과 거리감 

정부 여당이 귀담아 들을 대목도 확인된다. 현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최저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는 매력적인 정책이 아니다. 전체 응답자 중 이번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44%,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9%로 찬반이 엇갈렸다. 특히 향후 실업위험이 높다고 본 실업취약계층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8%로, 동의한다는 응답과 대등한 수준이다. 결국 한국사회가 복지 포퓰리즘에 포획되었다는 일각의 우려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인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부여당도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수당 확대보다 고용안정과 창출에 주력하라는 목소리에 유의해야 할 듯하다.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ㆍ권혁용 고려대 정외과 교수, CSID 소장ㆍ한서빈 CSID 연구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여론 속의 여론] 김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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