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법원이 이달 중 비영리단체 ‘어린이트러스트(Our Children's Trust)’의 지원으로 21명의 젊은이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청취를 시작한다. 어린이트러스트는 당국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기여해 자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 사건을 기각하거나 지연시키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재판은 29일 시작된다.
환경 및 사회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가장 잘 수립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법원이 아니라 정부다. 미국, 중국, 인도와 전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2006년까지 전체 189개국)은 1992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그들은 “기후 체제에 대한 위험한 인위적 개입을 막기에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온실 가스를 억제하기로 했다.
당시 협정에는 기후에 대한 영향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구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평균 2도 이상 높아지는 걸 방치하면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과학적 합의가 있었다. 그 정도의 온난화는 훨씬 큰 온난화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이 결론의 전제로 깔려 있다.
북극해가 따뜻해지면 햇빛을 반사하는 얼음은 줄어들고 태양열을 흡수하는 바닷물은 불어난다. 마찬가지로 동결된 시베리아 땅이 해빙되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을 방출한다. 1.5도 상승조차 분명히 위험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한계를 넘어버리면 저지대의 태평양 섬나라가 불어난 바닷물 아래로 사라지고, 전대미문의 가뭄, 산불 및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안전한 기후 조건을 유지하려면 지구 온도 상승을 1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정부는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 지원해 위험을 가중시켰다. 그래서 벨기에, 콜롬비아, 아일랜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파키스탄, 스위스, 네덜란드의 활동가들은 정치적 행동으로 불가능했던 것을 얻기 위해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긍정적인 결정이 나온 첫 기후 관련 재판은 네덜란드의 우르헨다(Urgenda)재단과 네덜란드 국가 간 소송이었다. 네덜란드 법원은 2015년 정부가 5년 내에 국가 탄소배출량을 4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네덜란드 정부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 역시 사법부에 호소했다. 이달 중 헤이그 항소법원이 그 항소에 대한 판결을 할 것이다.
우르헨다 소송도 중요하지만 줄리아나와 미국 간 소송이야말로 중요한 기후 관련 소송이다. 말 그대로 “세기의 재판“이라 부를 만하다. 그 결과가 21세기 전체는 물론 아마도 수세기 동안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1인당 배출량은 최대 배출국가인 중국의 약 2배나 된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대기 능력을 똑같이 나눠가졌다고 가정한다면 미국은 그렇게 배분된 양의 3.5배를 방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도 인구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인도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더욱이 1인당 균등 배출의 원칙은 선진국에 너그럽다. 오늘날 우리를 이런 상황으로까지 몰고 온 과거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무시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은 국제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은 세계인권선언이나 기타 국제협약에서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줄리아나 소송에서 원고 쪽이 내세우는 논리는 아니다. 이 사건의 변호사들은 소송에서 이기려면 궁극적으로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 헌법상 명백한 책임 위반이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 정부가 능동적으로 기후 변화를 재촉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 자유 및 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원고들은 주장한다. 정부가 이 소송 개시를 막으려 했을 때 오리건 연방 지법은 “인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후 체제에 대한 권리는 자유롭고 질서 있는 사회의 근본“이라는 역사적 판단을 했다.
‘줄리아나 대 미국’ 소송이 대법원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후 체제”가 원고의 헌법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지 여부는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이미 명백해졌다. 대신 미국 정부의 조치가 지구상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법원이 주의 깊게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그럴 의지가 있다면 아무리 보수적인 판결이더라도 미국 정부가 미국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결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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