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군인(카투사) 윤창호(22) 씨 친구들이 '도로 위 살인행위'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담아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윤 씨 친구들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은 사흘 만인 5일 오전 6시 현재 20만970명이 동의해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원인은 "음주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혐의가 적용되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며 "음주 운전에 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국가는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씨 친구 이소연(22) 씨는 "우리의 목표는 청와대 답변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라 창호의 희생으로 더는 음주 사고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이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법(윤창호 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법 개정과 법원의 양형 기준을 상향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새벽에 발생한 사고로 병원 중환자실에 옮겨진 윤 씨는 2차례의 뇌파검사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현대 의학으로는 윤 씨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가족은 충격을 받고 '이대로 떠나 보낼 수는 없다'며 눈물로 지새고 있다.
윤 씨의 아버지 윤기현 씨는 사고 이후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쓴 편지에서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 아빠에게 우리 창호가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보물이자 살아가는 삶의 원천이었다. 이제 아프지 않은 곳, 웃음과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곳에서 두려워하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윤기현 씨는 "새 생명을 주고 가는 게 아들의 몫인 것 같다"며 장기 기증 의사를 내비쳤다.
의료진은 "현재 뇌사나 다음 없는 상태다"며 "가족들이 아주 힘들어하고 있어 아직 뇌사판정 절차 진행과 관련한 뜻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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