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술이 먼저였어요. 서울에서 지내던 시절엔 1년 365일 중에서 400일 정도 마셨던 것 같아요, 하하!”
김용(50)모캄보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다. 결국 20대 중반에 위에 구멍이 났다. 치료를 위해 대구로 내려왔다. 얼마 후 부모님이 고급 레스토랑을 열었다. 여기서 커피를 만났다.
“병을 치료하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레스토랑에서 종업원 몇 명이 한꺼번에 나가버렸어요. 얼떨결에 식당에 출근하게 됐어요. 서빙을 하면서 커피를 배웠습니다. 90년대 중반이라 커피가 아직은 초보 단계였어요. 그래서 더 신기하고 재미있었죠.”
내친 김에 아는 형님과 커피 유통에 뛰어들었다. 대박이 났다. IMF 때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여는 사람이 많았던 까닭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02년에 모캄보를 시작했다. 체인사업과 교육사업을 겸했다. 현재 모캄보의 체인은 30개를 넘었고, 배출한 바리스타가 2,000여명에 이른다. 지역 커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개국에서 온 사람들... ‘자판기 커피’ 최애 음료
그가 생각하는 커피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소통이다. 커피에 담긴 다양한 맛과 이야기, 커피가 제공되는 공간 모두 소통이라는 결말을 위한 ‘기승전’이라는 생각이다. 정통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자판기 커피의 맛도 존중한다. 남다른 경험이 있다.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모캄보가 단독으로 들어갔습니다. 201개국 출신 선수와 코치진, 스텝들에게 커피를 판매했는데 한번 마시고 난 후 다시 찾는 커피로 자판기커피가 1위였습니다. 늘 자판기 앞에 긴 줄이 생겼죠.”
2012년부터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의 주제도 크게 보면 소통이다. 아이들은 커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매일 교육장으로 나오고,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는 것 모두가 세상과 만나는 일이다. 바리스타 교육의 백미는 시험이다.
“일반인들이 응시하는 바리스타 자격에 도전합니다. 25분 동안 과정을 설명하면서 커피를 내려야 합니다. 말하는 내용이 A4용지 3장이 넘습니다. 장애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말을 하면서 ‘쇼’를 진행해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감과 사회성이 부쩍 자랍니다. 매년 200명에서 300명이 교육을 받고 그중 150명이 당당하게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졸업 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지난해에는 새로운 교육 영역을 개척했다. 학교 부적응 청소년들이다. 모 청소년센터에서 6명을 교육해 6명 모두 합격시켰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러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자격증 시험 후 김 대표를 감격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 없을까요? 일하고 싶어요’하고 말하더군요. 365일 집에만 있던 아이가 커피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거죠.”
취업이 쉽지는 않다. 대부분 ‘보통’ 젊은이를 원한다. 장애인은 더 힘들다. 그럼에도 포기할 순 없다. 더디더라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특히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절실합니다. 공공기관만이라도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줬으면 합니다. 유독 대구에 그런 공간이 적습니다. 시교육청과 달성군청, 인근의 경산시청에 카페가 있고 나머지는 없어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세상으로 나올 기회를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조금씩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모캄보 차원에서도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열고 장애인 바리스타 강사도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언제 이만큼 왔지?’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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