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서방 국가가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일제히 비난하는 한편, 필요 시 대응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 동안 러시아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의심된 해킹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으나, 이처럼 서방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러 공세에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AF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방부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대해 대한 해킹 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인 4명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안크 베일레벨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13일 러시아군 정찰총국(GRU) 측이 OPCW의 무선망에 접근하려 했다”며 “네덜란드 군정보당국이 이런 시도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OPCW의 엄숙한 목적을 모욕한 ‘공격적’ 시도”라면서 러시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같은 날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도 러시아가 최근 2년간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치단체나 기업, 언론, 스포츠계 등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GRU가 ‘무모하면서 무분별한’ 온라인 공격을 했다”며 “다른 나라의 선거를 훼손하려 시도하는 등 국제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성명에서 “우리(호주)는 러시아의 공격에 상당한 영향을 받진 않았으나, 러시아의 행동은 사이버 공간 내 국가의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영국, 네덜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해킹 시도와 관련,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군 정보요원 7명을 기소했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은 OPCW뿐 아니라,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외무부도 몬트리올 소재 세계반도핑기구 해킹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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