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살아남으려고 10년 동안 바지만 파고들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살아남으려고 10년 동안 바지만 파고들었죠!”

입력
2018.10.05 21:48
수정
2018.10.08 23:46
0 0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보진예 씨. 그는 "2019FW유행은 '10년 전 복고풍'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고풍 데님을 활용한 재킷, 셔츠, 바지와 밝은 컬러로 다채로운 느낌을 살려 연출하라"면서 "체크 패턴이 유행트랜드"라고 귀뜸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보진예 씨. 그는 "2019FW유행은 '10년 전 복고풍'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고풍 데님을 활용한 재킷, 셔츠, 바지와 밝은 컬러로 다채로운 느낌을 살려 연출하라"면서 "체크 패턴이 유행트랜드"라고 귀뜸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한 가지에 집중해서 경쟁력을 키웠더니 10년 동안 휘몰아친 중국의 집중포화에도 살아남았네요!”

황보진예(51ㆍ레마F 대표)씨는 가족과 주위로부터 ‘꿈을 좇는 사람, 이상만 좇는 사람’으로 통했다. 현실을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10여 년 넘게 해온 까닭이다.

최근 10년 동안 극심한 변화가 있었다. 한국 패션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밤새 불이 꺼질 줄 몰랐던 서울 패션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서울이 휘청거리는 사이 지방패션시장은 거의 붕괴되었고,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어 원단을 비롯해 점포와 상권을 장악했다. 현재 시장은 중국 냄새가 폴폴 날 정도다.

황보 씨는 지금껏 간판도 없이 일했다. 2005년 디자이너로 독립하면서부터 줄곧 바지만 만들었다.

“바지만 만든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구가 섬유의 고장이라지만 원단은 모두 큰 시장이 형성된 서울로 올라갑니다. 대구 의류업자는 좋은 원단과 부자재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다시 대구로 역수입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구특성을 고려해 부자재가 많이 안 들어가는 바지만 고집한 겁니다.”

그 동안 시장이 변했다. 흐름이 변했다. 토탈패션시대다. 경쟁자도 달라졌다. 서울시장에서 서울업체와는 경쟁력에서 밀렸지만 이제는 중국이 경쟁자다. 중국과 대구는 둘 다 객지니까 여건이 같아졌다.

“긴 고생 덕에 내공이 많이 쌓였습니다. 중국 상인도 두렵지 않습니다.”

황보 씨는 포항 출신이다. 부친이 ‘돼지표 국수공장’을 했다. 2남5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금이야 옥이야 컸다. 3살 때부터 가위로 종이를 오렸다. 색종이를 한 움큼씩 잡고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잘도 오려냈다. 구룡포의 가위손이었다. 인형 옷을 만들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대학시절 옷 잘 입는 학생을 보고 학과장께서 디자이너 최복호씨를 소개했다. 최복호복장학원 1기생이 되었고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0년 어머니가 아파 누웠다. ‘엄마 간병이야, 공장이냐’ 귀로에 섰다. 결국 공장 문을 닫았다. 1년 후 다시 공장 문을 열기까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포기보다 다시 빗장을 풀게 만들었다.

11월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걸고 공장형 도소매업을 시작한다. 그간 쌓은 경력에 걸맞은 좋은 원단과 부자재를 확보했다. 좋은 재료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 듯이, 좋은 원단 사용과 깔끔한 봉제로 명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자신한다. 시장 형성과 흐름에 발맞춰 이제는 상의가 들어가야 경쟁력이 있기에 상의 제작도 시작했다. 올해는 밍크도 선보일 예정이다. 디자이너는 자기 색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흐름을 읽고 독창성을 가미해서 발맞춰 가는 것이라고 한다.

“패션디자이너가 천직입니다. 걸어온 길이 지금까지 고생길이었습니다. 선택한 길이 현실을 어렵게 했지만 옷 만드는 일만큼은 언제나 행복이었습니다. 저는 옷이 친구입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