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민족 경제 부흥의 일등공신으로 대접받던 중국 민영 기업들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하던 자본주의 노선 대신 국가 개입을 강화하는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다. ‘중국몽(中國夢)’을 선포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경제 분야에서도 공산당의 장악력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도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민영 기업을 위축시키면,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은 어려울 것이란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 공산당의 반(反)시장 정책으로, 중국 민영 기업들이 별다른 저항도 못한 채 ‘말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영기업들은 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시 주석이 최근 “민영 기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른바 ‘국진민퇴’(민영 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국영 기업 역할을 늘린다)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민영 기업들은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다. 우선 정부 규제가 엄격해졌다. 당국의 관리 감독 명분을 내세워, 국내 민영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공산당 위원회 구성을 의무화 한 게 단적인 예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과 부동산, 비디오 게임 업계엔 각종 규제 폭탄이 날아 들었고,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복지 비용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의 추샤오핑(邱小平) 부부장이 최근 민영기업의 민주적 운영을 강조하며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 확대를 촉구한 것도 부담이다.
민영 기업을 죄악시하는 여론전도 위협적이다. 관변 금융칼럼니스트 우샤오핑(吳小平)은 최근 인터넷에 “민영기업은 역할을 다했다. 이제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민영기업 퇴출론’을 퍼트리기도 했다. 베이징 인민대 마르크스 전공 교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급기야 국영 기업에 회사 지분을 넘기며 ‘항복’하는 민영 기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NYT는 올 들어 46개 민영 기업이 주식 매각을 통해 국영기업으로 인수됐다고 전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조기 은퇴를 발표하며 물러난 배경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영 기업들의 손발이 묶인 사이, 국영 기업들은 날개를 달았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국영 기업은 민간 기업보다 3배 이상 수익을 올리며 성장했다.
그러나 민영 기업들은 보복의 두려움에 불만이 있어도 입을 닫고 있다. 중국의 시장 개혁개방을 주장해 온 원로 경제학자인 우 징리안은 지난 달 한 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번영은 시장을 포용했기에 가능했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에서) 조화롭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며 민영 기업을 규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엔 중국 경제 사령탑인 류허(劉鶴) 부총리도 있었다. 공산당 간부 출신의 인사는 NYT에 “아무도 비판하지 않고 침묵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중국 경제) 결과는 끔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또 다른 전직 관료 역시 “민간 기업의 국유화, 국가 자본주의로 중국이 되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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