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차관급과 1급 상당 공관장 직위의 25%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대(大)수술을 통해 외교부를 실무형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내신 대상 브리핑 자리를 마련하고 “인사 혁신을 통해 현행 고위급 중심 인력 구조를 업무ㆍ실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며 이런 계획을 공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164개 공관장 자리 중 차관급은 13곳, 1급은 80곳이다. 때문에 강 장관 말은 이들 중 20~25곳을 줄인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앞으로 공관 인사 때마다 단계적으로 해당 직급을 낮춰간다는 방침이다. 가령 기존 차관급 자리는 고위공무원단 가급으로, 1급 자리는 고위공무원단 나급으로 내리는 방식이다. 3년 내에 25% 감축을 달성한다는 게 외교부 목표다.
고위 외무공무원 책임성 강화 대책도 소개됐다. 강 장관은 “일반직 공무원처럼 1급 외무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완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엄격한 공관장 자격 심사를 통해 부적격자가 공관장으로 임명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다.
재외공관들도 수술대에 올린다. 신남방ㆍ북방 정책 등 외교 다변화와 새로운 외교 수요에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그는 “지역별로 역내 총괄 기지 역할을 수행할 기능형 거점 공관을 지정하겠다”며 “거점 공관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공공 외교를 수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또 재외공관망 정비 차원에서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영사 수요가 변화한 총영사관의 인력을 재조정해 영사 수요 폭증 지역으로 재배치하거나, 신규 공관을 신설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 장관은 덧붙였다.
한편 강 장관은 최근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벌어진 성(性) 비위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신속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조기에 적발되고 조사돼 사안 경중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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