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민간)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과 제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잇따라 참석한 문 대통령은 “정부는 (민간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하는 ‘서포터 타워’ 역할을 해야 하고, 규제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용 위기 돌파를 위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열린 일자리위 회의에서 “산업구조의 변화, 자동화, 무인화, 고용 없는 성장, 주력산업 구조조정, 자영업의 어려운 경영 여건 등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직까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민간 부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간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근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도입이 가능해졌다”고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을 소개한 뒤 “민간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범사업, 임시허가 등을 통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해당 신산업의 혁신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ㆍ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원래부터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며 “민간에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쉽게 일자리가 안 나오다 보니 공공영역에서라도 만들어내겠다고 공약을 만들고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을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축구장 5배 규모의 웅장한 클린룸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향한 하이닉스의 꿈을 봤다”며 “회사에도, 지역에도, 나라에도 아주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반도체공장은 2016년 12월부터 20조원이 투자돼 완공됐고, 연말부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2,10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협력업체 신규고용 인원도 3,000여명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의 엔진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612억달러를 수출해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달성했다”며 “그러나 중국, 미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세계 최고 반도체강국을 유지하려면 힘과 지혜를 모아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신산업과 신제품의 핵심부품으로, 선제투자, 기술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투자계획을 응원하며 정부도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새로 지은 공장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수집 자체에 규제 때문에 어려움은 없나요”라고 물었고 최 회장은 “우리나라는 하도 개인정보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외국과 경쟁할 때 좀 어려움이 있다. 지속적으로 규제개혁을 통해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반도체 제작 클린룸 앞에선 “SK하이닉스가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력업체들과 잘 상생하는 것도 중요하고, 지역에도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며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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