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 미사일 구입을 결정한 인도를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의 고삐를 죄는 마당에 인도가 국제공조를 무시하고 러시아의 숨통을 틔운 탓이다. 그렇다고 대중국 견제의 핵심 상대방인 인도를 향해 매를 들자니 강력한 우군을 잃을 처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일 인도 방문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S-400 구입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S-400의 요격거리가 400㎞로 사드의 두 배에 달하고, 스텔스 전투기도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S-400 5개 포대를 53억5,000만달러(약 6조원)에 도입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방산기업은 물론 이와 거래하는 외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가 S-400을 들여오면 즉각 제재 대상이다. 국무부는 지난달 러시아의 수호이-25 전투기와 S-400을 도입한 중국 국방부 산하 기관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인도는 상황이 다르다. 인도를 제재할 경우 제 발등을 찍는 격이어서 상황이 간단치 않다.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도가 무엇을 하든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8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인도 같은 전략적 파트너에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러시아 양국에서 동시에 무기를 도입하는 인도의 특수한 환경도 미국의 고민이다. 인도는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의 러시아의 무기를 수입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수입 경로가 점차 바뀌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인도의 무기수입에서 러시아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앞선 5년의 79%에 비하면 현격히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제 무기 수입은 5배가 넘게 늘었다.
문제는 도입한 무기의 유지와 운용을 위해 인도가 러시아와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눈엣가시로 비치지만 미국이 딱히 어쩔 도리가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S-400 도입을 방관하기도 어렵다.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도 S-400 구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탓이다. 애슐리 텔리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번 S-400 거래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에서 가장 곤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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