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뒤 역풍을 맞고 있다.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이 경제, 특히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는 김 부총리가 던진 회심의 카드지만 이후 여권 내 반발이 심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차등적용은 어렵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앞서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는 것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홍 원내대표도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저임금 문제를 일부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역별 차등화는 정부하고도 좀더 논의해보겠지만 개인적 판단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당정의 ‘삐걱거림’만 부각되는 모양새다.
기재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날로 추락하는 고용 여건을 개선하려면 당장 최저임금 보완책을 내놔야 하지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찬반 입장이 명확하게 갈려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렵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 일괄 적용도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돌이킬 수 없다고 누차 밝혀온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적용 가능한 가시적 방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고 수정ㆍ보완하겠다는 신호를 기업들에 주려는 의도가 없잖다”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최저임금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 기업들의 투자ㆍ고용 의지를 북돋우겠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홍 원내대표와 면담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이날 2019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당정협력을 모색하는 것과 함께 고용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여당의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현안 중 고용이 가장 큰 현안이라 최저임금 차등적용 얘기가 안 나올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항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론이 너무 늦을 경우 실업자 양산과 영세 자영업자 부담 가중 등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패를 사과한 청와대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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