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민센터, 도서관, 복지시설 등 주민 생활과 밀착된 공공건축의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사업계획이나 설계 단계를 건너뛰고 획일적 형태로 짓는 일이 허다한 동네 공공건축 과정에 전문 건축가를 투입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등 미관과 시설을 동시에 개선한다는 것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승효상ㆍ이하 국건위)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건축 혁신을 위한 9대 핵심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국건위가 지난달 대통령에게 보고한 공공건축 3대 혁신과제(△공공성 증진 △설계방식 개선 △설계관리시스템 구축)를 구현하기 위한 9개 세부 시행과제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이번 과제엔 공공건축가 제도의 전국 확대가 포함됐다. 공공건축가는 공공건축의 계획 및 설계 단계에 투입돼 도시 경관과 어울리면서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반영하는 전문가로 서울시와 경북 영주시가 도입한 바 있다. 국책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공공건축지원센터의 공공건축 사전검토 기능도 강화된다. 센터는 현재 설계비가 2억1,000만원을 넘는 공공건축물에 대해 사업기획안을 사전 검토하고 있는데, 검토 대상을 설계비 1억원 이상 건물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건축ㆍ도시사업 계획에 대해선 국건위가 적극적으로 자문하기로 했다.
공공건축에서 도외시됐던 설계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건축설계 용역 때 가격입찰을 축소해 낮은 가격보다 설계 품질에 더 무게를 두는 시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설계자가 시공과정에도 참여해 건축물이 설계 의도대로 구현되는지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건위는 또 공공건축 사업절차 정상화를 위해 △주민 참여, 발주 방식 다양화 등 공공건축에 특화된 사업절차 마련 △소규모 건축물 우수업체 기준 마련 △지역개발 사업에 있어 건축설계 과정 생략 방지도 과제에 포함했다.
공공건축 혁신 작업은 공공건축가 제도 등을 통해 지어져 호평을 받은 경북 영주 노인복지관 등이 롤모델이 될 전망이다. 영주 노인복지관은 철도 시설로 단절된 삼각지 지역에 직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건물로 재탄생해 노인 복지는 물론이고 지역 세대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승효상 국건위 위원장은 “우리 주변에 좋은 공공건축들이 많아지면 동네 환경이 바뀌고 주민들의 삶도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서 더 큰 체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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