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정작 고객에게 돌아가는 예금금리는 전혀 안 올리고 있다.”
“대출금리는 매달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항상 제자리다. 당국이 검사라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올 들어 시중은행들이 미 기준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는 잇따라 올리면서 정작 예금금리만 묶어 두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유독 예금금리 앞에서는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가산금리 체계를 바로잡겠다며 대출금리에 대해선 칼을 빼든 것과도 대조된다. 당국은 왜 예금금리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일까.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시중은행들은 8조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 2011년(10조3,000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은행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이자이익이다. 은행들은 상반기 이자수익으로 19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7,000억원(9.5%)이나 뛴 수치다.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사상 최대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고용 절벽 등의 이유로 내수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막대한 수익을 낸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 상반기 사이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0.18%포인트(3.21%→3.3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0.11%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치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덕이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가계대출(잔액 기준)의 70%는 특정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반면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와 달리 특정 금리를 따르지 않는다. 은행 스스로의 자금 조달 필요성과 내부 여건 등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으로 대출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예금도 넘쳐나는 상황이라 굳이 웃돈(예금금리인상)을 더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뒤론 추가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당국도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분돼 나름 세세히 공시되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최종 금리만 공시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당국은 개선책 마련엔 상당히 소극적이다. 표면적으론 시장 가격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지만 실은 이에 따른 후폭풍을 더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도 시중자금이 넘쳐나는데 이런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밀려오면 은행으로선 이 비용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 상승이 더 가팔라져 오히려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예금 금리 인상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잖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라 우려된다는 것은 상황 논리에 불과하다”며 “문제의 핵심은 은행의 과도한 예대금리 차이인 만큼 예금금리를 손대기 어렵다면 금융사의 고무줄 대출금리 문제라도 바로잡으려고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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