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개발도상국에 석탄금융을 수출하는 국책금융기관이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참석차 방한한 제니퍼 모건(52)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한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이 개도국에 석탄금융을 수출하는 게 잘못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9조원이 넘는 규모로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석탄발전 투자 금액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5번째로 많다.
모건 사무총장은 한국의 재생에너지의 발전 잠재량이 연간 전력사용량의 20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기술과 역량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문제는 속도라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대하고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여 재생에너지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싸고 환경파괴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모건 사무총장은 “어떤 에너지원이든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며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한국과 비슷하게 인구밀집도가 높은 국가들도 철새이동경로 등 환경성, 토지이용 등 경제성을 감안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가 꼭 화석연료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인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도 역설적으로 공화당이 태양광과 풍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지구 온도 1.5도 상승은 더 이상 이전의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티핑 포인트’(전환점)”라며 이번 IPCC에서 채택하는 ‘지구온난화 1.5도 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국제 환경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 영국 환경 관련 싱크탱크인 E3G, 세계자연기금(WWF) 등에서 기후변화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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