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향기를 팔며 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국내 1위 디퓨저 브랜드 ‘코코도르’를 만들고 육성해온 정연재 헬스투데이 대표는 사람들 생각과 다르게 향기와 그리 가까운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실제 그가 걸어온 이력은 국내 생활 향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대표라기보다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IT) 기업 대표와 더 어울린다.
1990년대 삼성SDS에서 PC통신 서비스인 ‘유니텔’을 개발했던 정 대표가 향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퇴사 후 2000년대 초반 개인 인터넷 쇼핑몰을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국내 인터넷 쇼핑몰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때였다.
정 대표는 “PC통신이나 인터넷 분야를 연구해 왔기에 앞으로 인터넷 쇼핑몰이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퇴사 후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예상대로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해마다 성장했고, 내가 차린 쇼핑몰도 나날이 번창해갔다”고 회상했다.
잘 나가던 인터넷 쇼핑몰 사장이던 정 대표의 눈에 띈 것이 바로 글로벌 향초 시장 1위 사업자인 ‘양키 캔들’의 제품들이다. 소량을 수입해 쇼핑몰을 통해 팔기 시작했는데 20, 30대 젊은 여성이나 서울 강남 등 부유층 지역에서 이 제품을 찾는 수요가 해마다 늘어갔다.
그는 “향기 산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물건 판매량이 매년 무섭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관련 시장 연구를 시작했다”며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향기 산업이 발달한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이 시장이 크게 커지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시장 조사와 제조 기술 등을 연구한 뒤 2011년 디퓨저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고가의 수입 향기 제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 가격을 낮춘 실속형 제품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 단 제조 시설 기반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만큼 초기에는 중국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어 국내에 공급했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수입제품의 3분의 1 가격에 품질도 우수한 헬스투데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가면서 정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이어 향기 시장에도 비교적 빠르게 안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OEM을 맡겼던 중국 공장을 지나치게 믿었던 게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좋은 향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했는데 국내에 들어온 제품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났다”며 “이 사건 이후 경기 용인에 6,600㎡(약 2,000평) 규모의 용지를 매입해 생산 시설을 갖추고 국내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투데이의 디퓨저 브랜드 ‘코코도르’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제품이다. 글로벌 업체를 제치고 토종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경우는 한국 시장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수출도 호조를 보여 대만에서는 70%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시장 1위 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한류 영향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 제품이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였다”며 “현재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향기 산업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공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향기 시장과 국내 향기 시장은 그 구조가 다르다는 게 정대표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향기 캔들과 디퓨저 판매 비율이 각각 80%와 20%로 캔들 판매가 더 잘되지만, 국내에서는 반대로 디퓨저(80%)가 캔들(20%) 판매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향초를 피우는 문화가 발달한 서양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캔들 제품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정 대표의 향후 계획과 목표는 캔들과 디퓨저 제품으로 향기 산업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도 장악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통했던 ‘좋은 향기, 저렴한 가격’ 전략은 서양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정 대표는 “10년 후 글로벌 1위 향기 기업으로 부상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회사 목표”라며 “향후 꽃 재배, 향기 비누 제조 등 향기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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