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국내 공연
“한 시대에서 음악가들이 서로 영감을 주고 받고, 연결돼 있는 게 흥미로워요. 프로그램 짤 때, 제가 잘할 수 있는 곡보다는 이렇게 같은 시대에 활동하는 작곡가를 모아서 스토리텔링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선택한 작곡가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을 아우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1)이 작곡가 드뷔시(1862~1918), 부조니(1866~1924), 이자이(1858~1931), 프랑크(1822~1890)를 한 데 묶어 2년 만에 고국에서 독주회를 연다. 2년 전엔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세 사람, 슈만 부부와 브람스의 곡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연주했다. 4일 서울 신사동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미 강은 음악사 강의를 하듯 이야기를 풀어냈다.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헌정했죠. 드뷔시는 이자이를 굉장히 존경했어요. 부조니 곡에서는 드뷔시, 프랑크에게서 영향을 받은 면이 보여요.”
특히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부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녹음도 잘 이뤄지지 않는 희귀한 곡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주로 활동했던 부조니의 음악 세계는 독일에서 공부한 주미 강과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41)가 만나 더욱 풍부하게 전달될 예정이다. 부조니는 이 곡의 악보에 이탈리아의 음악적 색채를 표현할 때는 이탈리아어, 영적인 표현을 요구할 때는 독일어로 표기할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이날 함께 자리한 백스는 “저와 주미 강이 갖고 있는 음악적 언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음악의 핵심적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각각 공부한 우리에게 완벽한 곡”이라고 말했다.
두 연주자는 솔리스트로서도 훌륭하다는 점 외에도 주위 연주자와 조화롭게 타협하는 성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변 음악가들이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고 싶은 연주자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마마츠 콩쿠르(1997년), 리즈 콩쿠르(2000년) 우승자인 백스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첼리스트 스티블 이설리스 등이 주로 찾는 파트너다. 주미 강은 “함께 할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을 때, 백스와 함께 연주해 본 친구들이 솔리스트 기량도 탄탄한 데다 귀도 열려 있는 연주자라고 적극 추천해줬다”고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백스는 주미 강을 “음악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기량은 물론 다른 연주자와 주위 상황도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연주자”라며 “다른 연주자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주미 강과 백스의 연주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서울 노원, 강릉, 안성으로 이어진다.
주미 강은 인니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등 이미 세계적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인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 다시 도전해 음악계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유럽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다음달 이탈리아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리사이틀을 연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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