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도축까지 평균 31개월이 걸리는 한우 사육기간을 사료 조절을 통해 28개월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농진청은 이날 “사육 단계마다 사료의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육 기간을 기존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줄일 수 있어, 한우 1마리 당 생산비를 23만5,000원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농진청은 송아지가 성장하는 육성기(생후 6~14개월)와 살을 찌우는 비육기(15~28개월)에 단백질 등 영양분 함량을 높이고, 특히 육성기에 풀 사료 대비 곡물 사료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육 기간을 단축시키고 사료비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실험 결과 사육 기간을 단축시킨 한우의 맛과 품질이 일반 한우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8개월 한우의 육량(도체중)과 육질(근내지방도)는 446.1㎏과 5.9로, 일반 한우(443.6㎏, 5.8)에 근접했다. 전자 혀(성분을 구분하는 전자장치), 전문가, 소비자 검사에서도 고기 맛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그간 사육기간이 짧으면 고기 맛이 싱거워진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실시한 결과 28개월 한우와 31개월 한우 간에 맛과 관련된 대사물질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한우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산 소보다 1.7배 높다. 그만큼 고비용 사육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기술을 통해 한우 사육기간을 3개월 줄이면 마리당 사료비, 기타 경영비 등 23만5,000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국내 거세한우 39만8,000마리에 적용하면 절감 비용은 총 936억원에 이른다. 농진청은 해당 기술을 지난 8월 국내 사료 회사에 이전했고, 기술 확산을 위해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 같은 생산비 절감을 통해 한우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고, 더불어 국산 자급률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한우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지는 추세다. 한우 자급률은 2013년 50.1%로 겨우 절반을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41.0%까지 떨어졌다. 2026년에는 미국산, 2028년에는 호주산 소고기 관세가 철폐돼 수입산 소고기 수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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