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당위론의 근거로 제시해온 금융불균형 누적을 재차 강조해 금리 인상 여지를 넓히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4일 경영, 금융계 인사들을 초청해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진행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금융불균형 해소를 통한 거시경제 안정화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언급하며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때”라고도 했다. 당장의 경기 지표 악화를 근거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리 인상 불가론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기업 투자 활성화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 투자가 미흡한 상황인데, 이는 지난해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기인하지만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며 “합리적 규제 완화 등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심리를 제고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0년을 맞은 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간 세계 경제는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났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반면, 새로운 과제들에 직면했다”며 △글로벌 부채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심화 △반세계화 정서 및 포퓰리즘 확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를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확대를 반세계화 정서에서 파생된 현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도 지난 10년 간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과제는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저출산ㆍ고령화 심화를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종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이사,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배현기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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