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3년 역사를 지닌 ‘미ㆍ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의 파기를 3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복원과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인도주의 분야 제재 철회 명령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관계와 영사권을 확립한 1955년 협정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ICJ를 정치적 선전의 목적으로 오용하고 있다”면서 “이 조약의 폐기는 이미 행해졌어야 했는데도, 수십년이나 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ICJ가 “미국은 인도주의적 물품의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제재를 해제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조치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ICJ가 (자신들은) 제재 관련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게 실망스럽다”며 판결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AP통신은 “미ㆍ이란 관계 악화의 상징적 행위”라고 전했다.
앞서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 맺어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재개한 경제제재가 양국 간의 1955년 친선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ICJ에 제재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ICJ는 이날 “미 행정부는 의약품과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 및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는 데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ICJ 제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빈 조약도 탈퇴하기로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특히 팔레스타인이 ICJ에 미국을 고소하는 데 ‘외교관계에 관한 빈 조약 수정안’이 활용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 제기를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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