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정 장편 ‘독재자 리아민…’
“절실했다”고 했다. 전혜정(43) 작가 얘기다. 그는 등단 11년째다. 전업 소설가로 산 것도 11년째다. 2012년 소설집 ‘해협의 빛’을 낸 것 말고는 장편 쓰기에 몰두했다. 단편이 상대적으로 잘 팔리는데도 그랬다. 당연히, 사는 게 팍팍했다. 지하철역 카페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고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해 소설을 썼다. 그렇게 쟁인 장편이 7편. 그중 두 편이 올해 빛을 봤다. 3월 나온 ‘첫번째 날’과 제8회 혼불문학상을 받아 지난달 출간된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소설가 전혜정의 삶’을 2일 기자간담회에서 물었다. “전업 작가로 사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감내할 게 많고 고생도 많이 한다. 웬만하면 다른 직업을 갖고 글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들다.” 포기하지 않은 건 “장편에 대한 집착과 애증 때문”이었단다. “장편 하나 남기지 않고 끝낼 순 없었다. 이 나이 되도록 썼는데 끝까지 가 봐야겠다 싶었다. 이 악물고 썼다.” 그런 굳센 마음으로 200자 원고지 1,000장 넘는 ‘독재자 리아민…’을 지난해 두 달 만에 완성했다. 상금 5,000만원은 ‘작은’ 보상이다.
전 작가는 매일 1시간 20~30분씩 “파워 워킹”을 한다. “16년째 한다. 소설 쓰려면 체력, 지구력이 필요해서다.” 소설이, 특히 장편이 대체 뭐기에. “단편은 예리한 칼날로 자르는 듯 삶의 일부분을 다룬다. 장편은 한 인물을, 그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장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독재자 리아민…’에서 전 작가는 권력 앞에 비열해지거나 비굴해지는 인물들 파헤치기를 시도한다. 리아민은 어쨌거나 국민이 지지하는 장기 집권 독재자. 원 히트 원더 소설가 박상호에게 전기 집필을 은밀하게 맡긴다. 전기를 가식적으로 쓸수록 리아민의 권력은 튼튼해지고 박상호는 권력의 부스러기로 부와 명성을 얻을 것이다. 리아민의 무자비한 탐욕과 박상호의 갈등하는 탐욕이 부딪히는 게 소설의 큰 얼개다. 죽죽 뻗어가는 서사가 ‘난설헌’(1회) ,‘칼과 혀’(7회) 등 혼불문학상 역대 수상작의 계보를 잇는다.
알코올 중독자인 막장 영부인, 교활한 건지 충직한 건지 헷갈리는 리아민의 수석비서관과 경호원, ‘몸’으로 취재하는 여기자가 등장한다. 어찌 보면 상투적 인물들이 밀고 가는 소설이 밋밋함을 피한 건 리아민의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우주의 기운”을 언급하는, 아프리카 독재자와 이름이 닮은 그는 특정 최고 권력자를 떠올리게 한다. 전 작가는 “독재자의 관념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 뿐”이라고 했다. 박상호는 고분고분한 권력의 도구가 되는 걸 거부한다. ‘소설가가 할 일’을 전 작가는 박상호를 통해 묻고 되새긴다. 박상호가 받은 굴욕적 제안을 전 작가라면 뿌리칠 수 있을까. “완벽하게 ‘노’라고 할 수 없는 매력적 제안이다. 그러나 작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부담이 돼도, 핍박을 받아도, 모두에게 험담을 들어도, 작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걸 소설에 담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선뜻 말하기 어려운 진실을 말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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