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잠수함 건조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설계ㆍ건조ㆍ운용시스템 등과 관련한 국제 입찰을 마무리했고, 사업 전반을 총괄할 군사고문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앞서 대만은 국내총생산(GDP)의 2%가 넘는 국방예산 편성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미국으로부터 3억3,000만달러(약 3,685억원) 상당의 전투기와 부품을 수입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와중에 중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군비 확충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은 1,000억대만달러(약 3조6,560억원)를 투입해 내년에 착수할 잠수함 4척 건조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국제 입찰을 통해 설계와 건조, 운용시스템 등을 맡을 업체를 선정했고, 과거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를 지휘해 본 경험을 가진 외국계 인사를 군사 고문으로 선임했다. 이번 입찰에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작전시스템 구축과 건조 부문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잠수함 건조사업은 자주국방을 주창하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진입을 저지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미국ㆍ일본과 적극적인 협력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대만으로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정치적 의미도 크다”고 분석했다.
사실 대만의 군사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군력과 공군력에선 중국을 능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비를 대거 늘린데다 미국ㆍ유럽연합(EU) 등이 중국 반발을 우려해 무기를 팔지 않으면서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지금은 중국과의 직접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대만 해군엔 이지스 구축함이 없고 4척의 잠수함 역시 훈련용에 불과하다. 육군의 주력 탱크인 2.5세대 CM-11은 사용연한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과 미라지 2000도 당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부터 자주국방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 젠(殲)-20 스텔스전투기 편대 등을 동원한 실전훈련을 반복함에 따라 위기감이 크다. 2018년 국방예산을 사상 최초로 GDP의 2%가 넘는 3,460억대만달러(약 12조7,000억원)로 편성해 미국산 최첨단 무기 도입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국방예산의 21.7%는 무기 개발과 기술력 확보에 배분했다.
차이 총통의 행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통상마찰을 넘어 외교ㆍ군사분야로까지 확산되는 시점에 맞춰 더욱 빨라지고 있다. 내년 국방예산에 미국산 M1A2 전차 구매항목을 명기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미중 양국이 3차 관세폭탄을 주고받던 와중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와 전술수송기 C130 등의 판매를 끌어냈다. 이미 최신 스텔스전투기 F-35와 MK-54 어뢰, 통합원거리 AGM-154C 활강폭탄, 함정 탑재용 대공미사일 SM-2 시스템 등의 판매도 미국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이 대만을 대중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대만 역시 미국을 이용해 중국에 맞설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만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잠수함ㆍ전투기ㆍ탄도미사일방어망 등 세 종류의 무기를 갖추고자 한다”면서 “미국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더 중시할 수밖에 없는 미중 간 갈등 시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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