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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야심작 호텔 ‘레스케이프’, 빈방이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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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야심작 호텔 ‘레스케이프’, 빈방이 70%

입력
2018.10.03 17:58
수정
2018.10.03 19: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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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호텔 외부. 레스케이프 호텔 제공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호텔 외부. 레스케이프 호텔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 호텔이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개장 초부터 낮은 객실점유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외국인 직원 불법 고용 등 위법 사실까지 불거지며 특급호텔의 이미지는 물론 신세계그룹에도 오점을 남기게 됐다.

3일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7월 19일 개장한 레스케이프 호텔의 평균 객실점유율은 3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레스케이프 호텔의 여름 성수기(7월 말~8월 초) 객실점유율이 30%대 수준이었고, 평일 객실점유율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구체적인 객실점유율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개장 초보다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레스케이프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같은 수치는 매우 저조한 실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줄곧 객실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업계는 레스케이프 실적 부진의 이유를 마케팅 전략의 실패에서 찾는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차별화한 콘텐츠와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 인테리어, 서비스를 강조하는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 같은 ‘럭셔리 부티크 호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좀처럼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투숙객들은 ‘프랑스풍 고전적인 럭셔리’를 강조하는 레스케이프가 남대문시장 옆에 자리해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인테리어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 특급호텔이지만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부족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레스케이프 호텔은 개성이 지나치게 강해 호텔의 주요 고객인 비즈니스 관련 외국인 투숙객과 국내 가족 단위 투숙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호텔에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스케이프 호텔은 최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해외에서 들여온 물품을 사용하고, 취업비자 없이 외국인 바텐더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영업용 식품용기 등은 사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입 신고하고 안전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적절한 절차를 받지 않고 국내 반입한 것이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1일 관세청에 자진 신고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으며,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호텔에 고용된 러시아 출신 외국인 바텐더가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않은 상태로 한 달여 간 근무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7월부터 근무한 바텐더인데 비자 발급이 늦어져 8월 29일 취업비자를 받고 현재는 정상 근무 중”이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위법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초기 실수를 바로잡고 마케팅 전략도 일부 수정해 경영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호텔 개장을 앞두고 정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한 맛집 블로거 출신 김범수씨가 레스케이프 총지배인(상무)에 임명돼 화제가 됐으나, 경영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신세계조선호텔은 웨스틴조선호텔 출신의 호텔 전문 경영인을 부지배인으로 발령 냈다. 숙박료도 크게 낮춰 가장 작은 객실인 ‘미니 룸’은 30만원대 후반(이하 부가세 별도)에서 20만원대로, 주력 객실인 ‘아뜰리에 룸’도 4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대로 인하했다.

레스케이프 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봐야 하는 사업이라 개장 후 최소 1년에서 3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개장 초보다는 실적이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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