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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증가율 세계 3위… 약효 없는 대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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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증가율 세계 3위… 약효 없는 대출규제

입력
2018.10.04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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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빚 증가 속도는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부담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3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다. BIS가 집계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등에 이어 7번째로 높고,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전인 2014년 1분기(81.9%ㆍ12위)에 비해서는 5계단 상승한 순위다.

특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는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경제 성장 속도가 가계부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43개국 가운데 23개국은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졌고, 나머지 17개국도 상승폭이 0~1%포인트에 그쳤다.

가계빚이 빠르게 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졌다. BIS가 집계한 한국의 1분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2%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보다 0.4%포인트 늘었다. 이는 2011년 2~4분기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와 같은 수준이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에 비해 부채상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위험지표로 해석된다. DSR 12.2%라는 건 우리나라 가계가 1년에 평균 1억원을 번다면 이 중 1,220만원은 빚을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의 지난 2년간 DSR 상승폭은 1%포인트로, BIS에 가계부채 현황을 제출한 17개 국가 중 가장 컸다. 2위인 노르웨이(0.7%포인트)를 포함해 8개 국가의 DSR이 상승했지만 우리만큼 폭이 가파르진 않았다. 나머지 국가는 DSR이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었다. 이는 가계부채 규모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갚아야 할 원리금은 커진 반면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가계신용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올해 1분기 8.0%를 기록했지만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15년 3분기 이후 1%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이. 그래픽=송정근기자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이. 그래픽=송정근기자

정부가 지난해 6ㆍ19 대책, 8ㆍ2대책 등을 통해 부동산대출 문턱을 높이고 10월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DSR 규제를 조기 도입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발표했지만 약발은 제대로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빚을 진 사람, 특히 취약차주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되고,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금리상승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상승해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 상황도 올 수 있다”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단순히 대출을 조이는 방식의 대응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떨어뜨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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