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약 40만㎢ 해양영토를 노리고 산호초 연구에 나섰다. 산호초의 성장비결을 알아낸 기술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암초의 수몰을 막고 이를 토대로 주변 해양에 대한 영유권을 확고하게 한다는 속셈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東京)대와 국토교통성이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노토리(沖ノ鳥)섬의 수몰을 막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南鳥)섬에서 산호초 형성과 관련된 연구를 한 뒤 수몰 우려에 처한 최남단의 산호초인 오키노토리섬에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오키노토리섬을 기점으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을 통해 해양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오키노토리섬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1,700㎞ 떨어져 있는 산호초다. 썰물 때는 동서 약 4.5㎞, 남북 약 1.7㎞, 둘레 약 11㎞ 정도의 섬이지만, 밀물 때는 수면 위로 단지 70㎝ 정도가 드러날 뿐이다. 일본은 1931년 이 산호초에 오키노토리섬이란 이름을 붙여 영토선언을 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미국 행정관할구역에 속했다가 1968년 반환 받은 뒤 1987년부터 방파제 공사를 시작하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올려 사실상 인공 섬을 만들어 왔다. 일본 정부는 올해에도 오키노토리섬 주변 방파제 보수와 점검을 위해 35억엔(약 3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유엔해양법 조약에 따르면 ‘밀물 때도 수면 위에 있는 지형’을 섬으로 정의하면서도 ‘인간의 거주 또는 독자적 경제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바위는 EEZ나 대륙붕을 지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오키노토리섬이 섬에 해당되지 않아 EEZ를 설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상설중재재판소(PCA)도 2016년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샤군도)가 밀물 때 수면 위에 있는지 등을 검토해 “섬이 아니며 중국이 주장하는 EEZ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유엔해양법 조약을 충족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오키노토리섬의 수몰 방지 연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키노토리섬을 기점으로 EEZ를 설정할 경우 일본 국토면적(약 38만㎢)보다 넓은 약 40만㎢의 해양영토를 확보할 수 있다.
가야네 하지메(茅根創) 도쿄대 교수 연구팀은 미나미토리섬과 오키노토리섬이 모두 산호초 토대 위에서 산호 잔해들이 솟아오른 섬이기 때문에, 미나미토리섬에서 산호 잔해들의 이동과 퇴적 과정 등을 연구해 섬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야네 교수는 “산호초가 순조롭게 자랄 경우 해면 상승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콘크리트로 굳히는 게 아니고 생태계에서 섬이 유지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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