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호 태풍 콩레이(KONG-REY)가 한반도에 근접하고 있다. 일부 내륙지방에는 서리까지 내리며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시점이다. ‘가을 태풍’이다.
가을 태풍은 흔치 않았다. 과거 100년여 기간 동안 10월에 한반도에 찾아온 태풍은 단 8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태풍은 ‘강한 열대 저기압’이다. 가을에는 찾아오기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이번 콩레이까지 포함하면 최근 6년 동안 무려 4개다. 최근 몇 년 새 과거 100년의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태풍 시즌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620㎞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중인 콩레이는 우리나라의 12번째 10월 영향 태풍이 될 전망이다. 영향 태풍이란 우리나라의 육상이나 해상에 기상특보를 발효시킨 태풍을 의미한다.
국가태풍센터의 ‘태풍백서’와 기상청의 기록을 종합하면 태풍 관측이 시작된 1906년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한반도 10월 영향 태풍은 총 11개다. 평균적으로 월별 태풍의 경로는 6월에는 대만 부근, 7월에는 중국 및 서해안, 8월은 한반도, 9월은 일본 및 동해, 10월은 일본 남쪽 북서 태평양을 향한다.
1906년부터 올해까지 113년 관측 기간 중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총 2,905개로 추산된다. 이중 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11개이니 그 확률은 0.4%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민 1906년부터 2012년까지 100년도 훨씬 넘는 기간에 발생한 10월 태풍은 8개에 불과했다. 2013년 다나스(DANAS)를 시작으로 2014년 봉퐁(VONGFONG), 2016년 차바 등 3개가 최근에 발생했다. 그리고 경로가 급변하지 않는다면 콩레이까지 6년새 4개로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을이 시작됐지만 태풍의 발원지인 북서태평양과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는 여전히 여름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서 10월 태풍의 원인을 찾고 있다. ▦저위도 부근에 여전히 매우 강력한 태풍을 생성할 정도로 많은 열에너지가 분포하는 점 ▦태풍의 길잡이이자 폭염을 부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이 늦은 점 ▦태풍의 병풍 역할을 해 줄 찬 대륙성 고기압이 아직 강하게 발달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실제로 3일 오전 9시 기준 콩레이의 최고 강도는 중심기압 930hPa(최대 풍속 시속 180㎞)의 매우 강한 등급으로 지난 8월 폭염 속 한반도를 긴장케 했던 태풍 솔릭의 전성기 수준(중심기압 950 hPa, 최대풍속 시속 155㎞)을 크게 뛰어 넘는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10월에도 태풍은 늘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로 향하는 것은 결국 여름과 흡사한 기압 배치가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의 태풍 시즌 역시 함께 길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콩레이가 오는 6일 밤 부산에 가장 근접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지만 남해안으로 상륙해 내륙을 가로지르거나 일본 쪽으로 더 비켜갈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소 열기가 식은 남해를 거치면서 세력이 약화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강한 바람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