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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판치는 SNS마켓... 국세청 "실태 파악도 안 돼"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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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판치는 SNS마켓... 국세청 "실태 파악도 안 돼" 속앓이

입력
2018.10.04 04:40
수정
2018.10.04 08:4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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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마켓 피해상담 건수와 탈세 방식. 그래픽=김경진기자
SNS 마켓 피해상담 건수와 탈세 방식. 그래픽=김경진기자

인스타그램 팔로워(구독자)가 5,000명이 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500~1만명 미만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사람)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가방, 옷 등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간략한 상품 정보가 담긴 게시물마다 수백~수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A씨는 게시물에 비밀 댓글을 달거나 자기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낸 고객에게 상품 가격과 입금 계좌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데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본보가 직접 A씨에게 ‘입금 후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냐’고 문의하자, 그는 이에 대한 답변 없이 가격과 계좌번호만 알려줬다. 영수증 발급 없이 현금 판매만 할 경우 그의 수입을 세정 당국이 파악할 방법은 요원하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SNS마켓’에서 벌어지는 탈세 행위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범위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SNS마켓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판매자가 작정하고 ‘비밀거래’를 고수할 때 이에 대처할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판매자ㆍ거래ㆍ소득 모두 ‘깜깜이’

쇼핑몰이나 오픈마켓(G마켓 등)과 달리, SNS마켓은 초기 투자나 등록절차 없이 물건을 팔 수 있어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3일 인스타그램에서 ‘#블로그마켓’으로 검색하면 약 140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SNS마켓 판매자들이 폐쇄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하며 과세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밀댓글을 달거나 직접 메시지를 보낸 고객에게만 가격을 알려줘 과세당국이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없는데다, 현금(계좌이체)만 받고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카드 결제가 가능하더라도 추가 수수료를 물리거나 별도 문의절차를 거쳐 카드결제 창구를 열어주는 식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한다. 과세당국 입장에선 판매자 신원과 거래내역, 소득 모두 ‘깜깜이’라 추적이 쉽지 않다. 이에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SNS마켓 등에서 발생한 수익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국민정책제언을 100대 국정과제에 담았다. 이후 국세청도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SNS마켓에 대한 과세 강화는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단 국세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비밀 조항(83조) 개정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현행법은 조세범칙 사건에 한해 네이버 등 사업자가 블로그 운영자의 신원정보(이름ㆍ주민번호 등)를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탈세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이 같은 신원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되는 SNS마켓 판매자의 이름, 주민번호만 확인할 수 있으면 해당 판매자의 실제 세금신고 내역과 추정소득을 비교해 무(無)신고 혹은 과소신고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SNS마켓의 일부 탈세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부는 이 같은 개정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SNS마켓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탈세가 이뤄지고 있는지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과세당국에 광범위한 온라인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SNS마켓 현황 파악이 급선무”

전문가들도 지금은 전체 SNS마켓의 거래규모가 얼마나 되고, 해당 시장에서 과세 사각지대는 어느 정도인지 현황을 파악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세청이 발주한 관련 연구용역을 맡았던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NS마켓 과세와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이 시장 현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국세청이 SNS마켓 중 규모가 큰 곳에 대해 적극적인 세무조사에 나서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는 동시에, SNS마켓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ㆍ납부할 수 있도록 세금감면 등의 유인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깜깜이 자영업자 소득을 양성화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신용카드ㆍ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ㆍ확대해왔다. 이에 2016년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자영업자 소득에서 과세당국에 신고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근로소득자(95%)와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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