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5타수 3안타를 쳐도 타율이 2리 밖에 안 올라요.”
넥센 이정후(20)는 마음을 비웠다. 지난 8월 12일 규정타석 진입 후 처음으로 타율 0.369로 타격 1위에 올랐던 그는 9월 4일 SK전에서 타율을 0.382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절정의 타격 감은 이후 뚝 떨어졌다. 9월 한달 간 타율 0.268에 그쳐 시즌 타율은 0.354까지 하락했다. 타율 1위 LG 김현수(0.362)와 8리 차다. 3일 현재 넥센의 잔여 3경기에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30일 고척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올해 (손가락 부상으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즌 도중인 6월 어깨를 다쳐 한달 동안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솔직히 타격왕 경쟁을 할 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멀리 안 보고 눈 앞의 한 경기, 한 타석에 집중한 결과 지금의 성적도 따라왔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김현수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다. 김현수가 9월 4일 KT전 이후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이정후는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있다. 9월 26일 두산전에서 안타 3개를 몰아쳐 김현수와 같은 타율 0.362를 만든 뒤엔 타격왕 타이틀 획득을 위해 쉬엄쉬엄 갈 법도 했지만 이정후는 정공법으로 나아갔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이정후의 타격왕을 챙겨주고 싶지만 우리가 순위 싸움을 벌이는데 라인업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개인보다 팀 성적에 초점을 맞췄다.
이정후는 “물론 타이틀을 가져가면 좋지만 타율 관리를 위해 쉴 생각은 없다”며 “경기에 계속 나가는 것이 더 좋다. 올해 출전 경기 수가 적었고, 한 경기라도 쉬면 안타나 홈런 등 나의 다른 기록들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한 경기에 안타 4개를 칠지, 홈런을 칠지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강조하면서도 “지금은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김현수 선배가 너무 잘 쳤다”고 웃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179안타로 고졸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쓰고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는 아버지 이종범(1994년 0.393)의 뒤를 이어 ‘부자 타격왕’ 등극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할 정도로 타율 0.354 6홈런 54타점 78득점 11도루의 빼어난 기록을 냈다. 6월 19일 왼 어깨 관절와순 파열 부상 이후 한 달 공백을 극복한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성적표다. 어깨 부상 후유증 탓에 그는 슬라이딩을 할 때 헤드 퍼스트가 아닌 다리로 먼저 들어가는 벤트 레그 슬라이딩을 한다.
이정후는 “6월 다쳤을 때 어깨가 빠져 시즌 후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어깨 막이 찢어져 뼈가 앞으로 튀어나온 탈골이었다. 찢어진 막은 다시 안 붙는다고 해서 봉합수술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그래도 복귀한 날부터 보강 운동으로 다친 부위 주위 근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한 덕분에 통증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팀이 7위에 그쳐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이정후는 두 번째 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가을야구를 앞둔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걸 좋아한다. 더 재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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