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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도는 단원의 자율성을 존중… 덕분에 솔로 실력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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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도는 단원의 자율성을 존중… 덕분에 솔로 실력 늘었어요”

입력
2018.10.03 14:36
수정
2018.10.03 20:5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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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블라허, 오늘 한국에서 첫 독주회

가장 민주적인 지휘자로 불렸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약했던 콜야 블라허는 지금도 연주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한국에서 여는 첫 독주회에서 블라허는 베토벤과 프랑크, 거쉰까지 아우르는 연주를 들려준다. 구본숙 사진작가 제공
가장 민주적인 지휘자로 불렸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약했던 콜야 블라허는 지금도 연주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한국에서 여는 첫 독주회에서 블라허는 베토벤과 프랑크, 거쉰까지 아우르는 연주를 들려준다. 구본숙 사진작가 제공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악단을 경험한 이후에는 솔로 연주를 더 잘하게 됐어요. 물론 악장과 독주자에게 요구되는 기교나 자아 등이 다르지만, 사실 요즘 시대에는 연주자들이 모든 장르를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음악 사조를 모두 아우르는 역량도 필요하고요.”

전 세계를 오가며 협연과 독주회를 여는 솔리스트이자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콜야 블라허(55)는 여기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의 최연소 악장이라는 경력까지 더해 세 가지 ‘직업’을 모두 경험한 연주자다. 4일 한국에서 여는 첫 독주회를 앞둔 그를 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

블라허는 이 시대 최고의 거장 지휘자로 꼽히는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가 베를린필을 이끌던 1993~1999년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30세의 나이에 임용된 최연소 악장이기도 했다. 베를린필은 블라허의 처음이자 마지막 오케스트라였다. 그는 아바도가 주요 악단의 관현악 주자들을 불러 모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아바도와 인연을 이어 갔다. 블라허의 음악 인생에서 아바도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아바도는 연주자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한 지휘자였다”며 “각 연주자들의 주체성을 다시 하나의 음악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오케스트라가 최상의 연주를 들려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허는 최근 5년간 멜버른 심포니, 대만 필하모닉 등과 함께 지휘자 없이 악장이자 협연자로서 공연을 이끌어가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역시 “아바도가 단원 개개인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준 데서 영감을 받아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파트별로 더욱 책임감을 지니는 연주로 “거대한 실내악”이 되는 셈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이어진다. 블라허는 함부르크 국립음대를 거쳐 2009년부터는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재직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과 상관없이 그들이 궁극적으로는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학생들이 음악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잠재성을 깨닫게 한다면 훨씬 더 큰 성장의 폭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어요. 최근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나에게 오케스트라가 복종하길 원하지 않는다. 연주자들이 나와 함께 자율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는 표현을 했어요. 연주자들의 개성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 여성 악장으로 임용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도 블라허를 사사했다. 블라허는 이지윤에 대해 “당연히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연주자지만 그보다 난관에 굴복하지 않고 끌고 나가는 힘이 강한 연주자”라며 “직관적이면서도 생생하고, 지능적이며, 아름다운 음색으로 연주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스승도 악장도 아닌 오롯이 솔로이스트 블라허를 선보이는 자리다. “대조적인 곡들을 묶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강렬한 감정이 드러나는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에 이어 부드럽고 감성적인 프랑크의 곡을 연주한다. 조지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로 공연을 마무리할 그는 “다시 태어나면 재즈 음악가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1997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외즈규르 아이딘과 호흡을 맞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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