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논란을 빚어왔던 무역협상을 잇따라 타결 지으면서 선거에서 내세울 ‘트럼프 치적’을 차곡차곡 챙기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이어 멕시코,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도 마무리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공약 이행과 함께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이를 최대 업적으로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이 같은 선거 국면의 업적 챙기기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캐나다ㆍ멕시코와 무역협상 타결에 고무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밤 캐나다와의 협상 타결로 취임 이후부터 진통을 겪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 협상이 완료된 것을 환영하며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에 대해 “무역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이라며 “이 기념비적인 협정으로 현금과 일자리가 미국과 북미로 쏟아 들어올 것이다”고 흥분했다.
이번 협상은 내용상 나프타를 개정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라는 이름을 버리고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ㆍUSMCA)이라고 새롭게 명명했다. 대선 때부터 나프타를 미국 일자리를 없애고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비판해왔던 대선 공약 이행을 부각시키면서 협정 개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새롭게 브랜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 FTA 개정도 “완전히 새로운 협정”이라며 자신의 성과로 강조했다.
이 같은 업적 과시는 이날 테네시주 존슨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 체결과 한미 FTA 개정 등을 자화자찬하면서 전임 정부의 협상 실패를 비판했다. 그는 한미 FTA 개정에 대해서도 “힐러리 클린턴은 우리가 한국과 FTA를 하면 25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건 한국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 우리는 좋은 것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타결시 안보 분야 최대 성과
대북 정책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세장이나 기자회견 등에서도 핵심 치적으로 언급하는 단골 테마다. 지난달 29일 웨스트버지니아주 공화당 지원 유세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거론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는 낯뜨거운 언급까지 내놨다. 비핵화 진전이 없다는 비판론이 비등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용을 ‘전쟁 방지’로 살짝 바꿨다. 전임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자신은 양보 없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까지 진전되면 무역 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 최대 성과로 부각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북핵 성과 미흡하면 매달리지 않을 수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협상 타결이란 굵직한 성과를 일궈내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선 여유를 갖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 새 무역 협정 타결이란 확실한 성과를 챙긴 덕에 북한과의 협상은 후순위 의제로 밀려 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성급한 합의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이 커지면 선거 과정에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협상 진전 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상황 관리 모드로 대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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