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개각과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2012년 아베 2차 정권 출범 때부터 기용된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핵심 인사들을 유임시키면서 당내 파벌을 감안한 12명의 각료를 새롭게 기용했다. 내년 참의원 선거에 앞서 안정적인 정권운영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직 개편에선 측근 인사들을 개헌을 주도하는 자리에 앉혀 개헌 논의를 가속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19명의 각료 가운데 6명이 유임됐고, 13명이 교체됐다. 아소 부총리와 스가 장관 외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장관 등 외교ㆍ경제라인은 그대로 유지됐다. 아베 내각의 향후 과제인 ▦미일안보 ▦미일무역 ▦북일관계 ▦소비세 10% 인상 등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후생노동장관이 맡아왔던 납치문제도 아베 총리와 가까운 스가 장관이 맡아 총리관저가 북한문제에 대한 확실한 주도권을 쥔 것으로 보인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출신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장관도 유임됐다.
새로 기용된 13명 중에는 부흥장관 출신의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후생노동장관을 제외한 12명이 처음으로 입각했다. 지난해 개각에서 첫 입각자는 6명에 불과했지만, 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도왔던 여러 파벌을 안배, 이른바 ‘장관 대기조’로 불리는 의원들을 다수 등용한 결과다. 그나마 인사차별 논란 불식을 위해 총재선거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지지한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발탁한 게 눈에 띈다.
유일한 여성 각료인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지방창생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고,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장관도 2016년 “일본군 위안부는 직업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개헌에 찬성 의사를 밝히는 등 내각의 전반적인 보수 색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당분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에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앞서 발표된 당 4역 인사에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유임됐다. 총무회장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 및 납치문제담당장관을, 내년 참의원 선거를 이끌 선거대책위원장에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재생장관을 각각 기용했다. 아마리 전 장관은 2016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으나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의석 3분의 2) 유지를 위한 중책을 맡아 당직에 복귀했다.
특히 총무회장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이전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총무회에서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상당한 정치력을 요하는 자리로, 총리의 관방부(副)장관을 지낸 측근을 앉힌 것이다. 당내 개헌안 논의를 주도하는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도 아베 총리 측근인 미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문부과학장관을 임명한 것은 개헌 가속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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