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방한


“한두 번의 정상회담이 잘 안됐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인내를 가지고 대화해야 합니다.”
2009년 일본 민주당 대표를 맡아 그 해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54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교체를 일궈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ㆍ71) 전 총리가 2일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위안부 등 과거사 해결에 전향적인 입장을 견지한 일본내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이다.
학위수여식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반도가 평화를 향해 전진하는 기회가 도래했다고 믿고 있다”며 잇따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역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서 “한두 번 정상회담으로 모든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주변 국가들이 회담이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전쟁 종식을 위해서는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북한도 완전히 핵 폐기를 각오하고 실행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남한과 북한, 미국 등이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소외도 있는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력을 에둘러 비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화해ㆍ치유재단’ 해산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선 “2015년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화해ㆍ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간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한화 약 100억원)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화해ㆍ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는 그때 사죄했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끝이라며 다신 되돌리지 말라며 고압적으로 표현했는데 그런 표현이 한국 국민의 감정을 손상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고, 일본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 등에 대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은 과거 전쟁으로 중국과 한국 국민에게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고통을 줬다”면서 “이에 대해 상처받은 분들이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할 때 사죄해야 미래지향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학위 수여식에 앞서 일본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의인 고 이수현 묘소가 있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3일에는 2차 대전 중 강제징용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합천원폭피해자 복지회관’을 찾아 위로 방문할 예정이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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