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섬을 덮친 지 닷새째인 2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때아닌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명 구조, 구호와 복구에도 힘이 부치는 형편이지만, 분열을 노린 세력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사회를 더욱 혼란으로 몰고 있는 탓에 내부의 반사회 세력들 단속에도 공권력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2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재난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우선 체포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페르난두스 세트 정보통신부 공보 담당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팔루 시장도 지금 건재하며 구조 구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전날 현지 언론은 물론, 외신들까지 사태 수습 컨트롤타워인 전ㆍ현직 팔루 시장이 사망해 구조 작업과 구호가 원활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해당 가짜 뉴스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강경단체 이슬람수호전선 (FPI)을 그 배경으로 추정했다. FPI는 과거에도 가짜뉴스를 퍼뜨린 바 있다.
페르난두스는 “빌리-빌리 댐이 붕괴 위험에 있다는 것도 가짜이고, SNS상에 떠돌고 있는 피해 사진들 상당수가 2004년 12월 발생한 수마트라-안다만 쓰나미 사진”이라고 CNN인도네시아에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다가올 지진 예측 기술을 가진 곳은 없다. 다음 지진의 발생 시점을 알리는 예보 기사도 역시 가짜”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까지 가짜뉴스에 포문을 연 데에는 가짜 뉴스가 공포를 조장하고, 그 공포가 매장 약탈 등의 사회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치안 당국도 그간 구조에 집중한 나머지 손쓰지 못하고 있던 약탈 행위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현금인출기(ATM), 미니마트를 털려던 시민 4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범과 인근 페토보 교도소 탈주범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타깃이 되던 소매 상점과 휴대폰 가게 등에 대한 경비 활동도 시작됐다고 현지 매체 콤파스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과 총에 무고한 시민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망자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메트로TV에 따르면 전날 액상화 현상으로 마을 전체가 진흙에 매몰되다시피 한 페토보 지역에서만 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수토포 누그로호 대변인은 사라진 이 마을 사람들을 제외한 채 “사망자 수가 1,23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외신들이 보도한 수치와 비슷하다. 향후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팔루에 파견된 유완수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영사는 “어제까지는 건물 잔해 아래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포크레인으로 작업을 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장비가 동원되는 만큼 잔해가 본격 제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붕괴한 8층 높이의 로아로아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교민 1명은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팔루로 향하는 민항기 운항도 시작돼 구호 인력과 물품 전달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술라웨시 남부 마카사르가 아닌 북쪽의 고론탈로 공항에서 ‘윙스 에어’가 이날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모회사인 라이언 에어의 야시 핫산 매니저는 “1일부터 비행기를 띄울 계획이었지만, 팔루 현지 공항과 활주로에 섬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지 못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에 말했다.
시신 부패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집단 매장 작업도 전날 시작됐지만, 시내 병원은 몰려드는 시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 신원 확인 업무 책임자인 수미나 하스티 루르완티는 “600구의 시신이 병원에 있다. 상당수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있다. 감식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고, 일가족이 몰살된 경우 시신을 확인할 사람이 없다”며 “신원 확인이 이뤄진 경우에도 별도 장례 대신 집단 매장하고 있다”고 CNN인도네시아에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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