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업무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3개 교섭단체는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로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1일부터 유남석 헌재소장,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석태·이은해 재판관의 6인체제가 됐다. 대통령 추천 몫인 유 소장과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등 3인과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이석태·이은애 재판관 등 3명이 헌재에 입성했지만 국회 몫으로 추천된 재판관 3명의 임명은 13일 째 미뤄졌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으로 사건 심리를 위한 정족수 7인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문제의 발단은 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세 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을 이유로 민주당의 추천 철회 및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자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도 주택청약예금 가입 목적으로 두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동반사퇴까지 시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이종석 후보자의 낙마도 감수하겠다며 나선 데는 민주당과 김명수 대법원장고의 ‘인사거래’ 의혹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고, 김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때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함께 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달 21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석태·이은애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강행하자 한국당은 자당 후보의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김기영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자를 두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이영진 후보자의 임명도 덩달아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동시에 표결에 붙이는 게 관례이지만 현재로서는 국회 표결 자체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유은혜 교육부총리 임명 강행에 한국당이 반발하면서 여야 협상 자체가 올스톱 됐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여야가 스스로 추천한 후보인 만큼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면서 “약간의 냉각기가 필요하고 조만간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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