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타지 소재 한국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 콘텐츠를 게임과 웹툰, VR(가상현실) 등 2차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판타지라서 가능한 무한 상상력과 관객에게 검증받은 흥행성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소설과 웹툰에서 이야기를 가져 오던 영화가 이제는 다른 문화산업 영역에 소재를 제공하는 원천 콘텐츠로 재발견되는 분위기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창궐’은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와 게임이 같은 날 공개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는 조선판 좀비가 등장하는 액션 사극이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조선을 배경으로 야귀를 무찌르는 왕자(현빈)와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권력가(장동건)의 혈투를 담았다. 야귀는 밤에만 활동하고 사람을 물어 피를 빨아 야귀로 변이시키는 특성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모바일 게임도 야귀라는 소재와 세계관, 시대적 볼거리 등 주요 설정을 영화에서 가져왔다. 주인공이 앞을 향해 달려가면서 온갖 장애물을 돌파하고 야귀를 격퇴하는 게임이다.
해외 영화 ‘해리포터’와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 등이 게임으로 개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한국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사례는 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영화와 게임이 동시에 출시되는 것도 ‘창궐’이 처음이다. ‘창궐’ 배급사 NEW의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이 야귀 액션이라는 영화 장르에 적합한 마케팅 방법이라 생각해 올해 상반기 크로스미디어 기획을 시작했다”며 “영화사가 게임사에 먼저 제안해 게임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웹툰 ‘창궐’도 게임과 함께 준비됐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용으로 짧은 웹툰을 제작하던 기존 사례와 달리 웹툰 ‘창궐’은 장편으로 기획돼 포털사이트에 정식 연재되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쓴 황조윤 작가가 웹툰 시나리오도 썼다. NEW 관계자는 “영화 개봉 이후에도 웹툰 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독자를 만날 것”이라며 “연재 초기이지만 반응이 좋아서 고무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판타지 소재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VR이다. 한국형 좀비를 창조한 ‘부산행’과 1,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가 VR로 제작됐다. 각각 좀비와 지옥이라는 명확한 컨셉트가 있고 체험형 쾌감을 주는 영화라서 VR에도 매력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산행’ VR에선 좀비 떼가 습격한 열차 역과 부산으로 달려가는 열차의 속도감이 생생하게 재연된다. 가상현실 영상과 게임 등이 결합된 VR쇼 형태로 제작돼 4일 개막하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시연될 예정이다.
‘신과 함께’ VR은 스토리텔링도 차용했다. 망자가 돼 저승세계에 오게 된 주인공이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옥 모험을 하는 구성이다. 영화에 담기지 못한 디지털 캐릭터도 활용했다. ‘신과 함께’ VR은 이달 말 일반 VR 매장에 배급될 예정이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최은지 PD는 “미디어와 기술이 발달해도 콘텐츠에 희로애락이 담겨야 재미를 줄 수 있다”며 “VR의 경우 유저들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인기 영화는 원천 콘텐츠로서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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