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 거주하는 김영철(91ㆍ가명)씨는 지난 8월말 기력이 떨어져 인근 의원에서 영양제 계열의 수액주사를 맞은 후 급작스럽게 발열 증상을 보여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단 결과는 패혈성 쇼크. 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김씨 체온은 39.7도를 웃돌았다고 한다.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아직도 자유롭게 거동하기는 힘들다. 김씨 가족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마늘주사’ 사망 사건처럼 의료기구나 주사제가 오염돼 패혈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할 보건소에 해당 내용을 신고한 상태다. 순천시 의사회 관계자는 “환자가 애초부터 고열이 있었고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열제 투여를 했지만 오히려 열이 올라 큰 병원으로 전원을 권고했다”며 “주사제로 인한 패혈증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병ㆍ의원에서 수액주사나 해열ㆍ진통제 주사를 맞았던 환자들이 잇따라 3명이나 숨지면서, 주사 처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2일 질병관리본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인천 남동구 한 의원에서 60대 여성 2명이 일명 ‘마늘주사’를 맞고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결국 1명이 숨졌다. 같은 달 13일과 26일에도 각각 부평구 의원과 연수구 종합병원에서 수액주사와 해열ㆍ진통제 주사를 맞은 환자 2명이 사망했다.
질본은 마늘주사 사건의 경우 환자 혈액배양검사에서 그람 음성균이 검출됐다는 점을 미뤄 의료관련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나머지 2건은 시신 1차 부검 결과 의료관련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돼 경찰이 주사 부작용이나 의료과실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주사기ㆍ주사제 관리부실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수액주사를 맞은 환자 등 97명이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오염된 영양수액을 맞고 잇따라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강남구 신사동 한 피부과에서 상온에 60시간 방치한 프로포폴 주사제를 맞은 환자 20명이 집단으로 패혈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의료현장의 대응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주사로 인한 공기색전증, 정맥염, 감염 등 합병증을 앓는 환자 수는 2013년 806명 수준에서 2015년 1,065명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도 1,079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특히 주사기ㆍ주사제 부실 관리가 집단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별반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1,768개 병원ㆍ요양병원 가운데 65.4%가 “원내 감염 위험요인 파악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의료기구 멸균 후 멸균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병원은 35.3%에 달했고, 수액ㆍ주사제 혼합 업무를 별도 무균조제실에서 수행하는 곳은 0.6%뿐이었다. 서울의 한 내과의원 간호사(28)는 “의원급 기관은 병원보다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무균조제실이 있는 곳이 거의 드물고, 수액이나 주사제 혼합도 주로 간호사들이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인천 지역 온라인 맘카페에는 “운동 선수인 아이가 영양제를 자주 맞는데 병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좀 기다리더라도 대형병원을 찾는 게 낫다” 등의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서울 초2 학부모 오준영(43)씨는 “아이가 지난주 가벼운 복통을 앓아 병원에 갔는데 문득 주사 처방이 걱정돼 약만 받아 왔다”며 “가벼운 증상마저 병원에 온전히 믿고 맡기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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