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부로 못 받은 지 딱 5개월째죠.”
경기 수원시 북수원도서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김모(48)씨는 5월부터 노동의 대가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뿐만 아니다. 수원시 소재 도서관 3곳의 청소노동자 12명은 평소처럼 매일매일 청소미화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임금은 체불되고 있다. 지금껏 받지 못한 금액이 1인당 1,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들이 때아닌 무임금노동을 하고 있는 건 일차적으로 수원시와 청소용역계약을 맺은 U사가 시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아서다. 수원시가 아니라 U사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U사가 매달 수원시에 청구해 받은 돈 중 재료비, 이윤 등을 뗀 인건비에서 임금을 받는 구조다.
U사는 수원시의 갑(甲)질을 성토한다. 대표 김모(51)씨는 “수원시 담당자가 지난 4월 일방적으로 비용 산출 방법을 바꾼 뒤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1년치 용역계약금액을 12로 나누는 방법으로 한 달 비용을 계산했는데, 4월 갑자기 매달 실제 든 비용을 산정해 그만큼만 주는 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심지어 변경된 방법으로 우리가 계산했더니 수원시가 제시한 금액과 달랐다”라고도 했다.
반면 수원시는 비용 산출 방법 변경은 핑계라고 일축한다. 1년치 용역계약금 총액은 산출 방법을 달리하더라도 어차피 모두 지불되고, 업체의 기존 산출 방식에 오류가 있어 수정한 것인데, 돈을 더 받아낼 심산으로 청소노동자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1년치를 다달이 나눠 주는 방법으로 계약한 적이 없다”라며 “1~3월 청구내역이 실제와 달라 4월부터 원칙대로 시정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U사 대표가 ‘관리비 등을 올려주면 문제 제기했던 것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진실 공방이 지속되면서 애먼 청소노동자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됐다. U사를 거치지 않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을 행정안전부에 의뢰해 봤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게 수원시 입장이다. 다행히 U사 측이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라며 2일 수원시에 비용청구서를 보낸 상태다. 그러나 변경 이전 방법으로 산출한 비용이라 수원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청소노동자는 “직원으로서 업체 대표도, 수원시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10월엔 임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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