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청 ‘블루보드’ 회의

“처음엔 어색한 주제에 낯설어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회의가 격의 없는 친구간의 대화처럼 재미있고 기다려진다는 분위기입니다.”
울산경찰청의 주니어보드인 ‘블루보드’ 회의를 의장자격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봉근(32) 기획예산팀장은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을 통해 조율되고 정리된 의견이 조직운영에 직접 반영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주변의 관심과 응원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가 다양한 아이디어 수용을 통해 조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니어보드는 과장급 이하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청년 중역회의를 말하는 것으로, 울산경찰청은 지난 8월 16일부터 ‘블루보드’라는 이름으로 발족, 운영중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젊은 남녀 직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 좋겠다는 하반기 조직운영 계획을 밝힌 것이 계기였다.
20,30대 실무자 15명으로 구성된 블루보드는,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한 점심을 곁들인 브라운백 미팅으로 정기회의를 진행, 조직문화 혁신 방안 등을 발굴해 회의 다음날 청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울산청 경감 가운데 가장 젊어 회의 진행을 맡게 된 차 의장은 “점심시간에 한 자리에 모이기 위해 본청 직원들로만 구성됐다”며 “그간 5회의 전체회의를 거쳐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업무중심의 직장분위기 조성, 직원 복지 향상, 경찰의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 한 달 만에 블루보드는 ‘사적연락금지법’ 도입, 구내식단 개선을 위한 시스템 마련, 계급에 따른 불필요한 관행 개선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놨다.
또 퇴근인사 없는 퇴근 문화 조성, 집중업무시간 도입,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사전연락금지법(내부지침)은 전국 경찰에서 처음으로 퇴근 후 이성 하급자에 대한 사적인 연락을 금지하고 있다. “주말인데 뭐하니?”, “오늘 뭐 먹었어? 등 안부연락을 하거나 “너희 집 근처인데 잠깐 보자”, “요즘 고생 많던데 술 한 잔 사줄게”, “시험 공부하느라 힘들지?” 등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이 일제 금지된다. 블루보드는 이와 관련, 내부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해 직장협의회와 함께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온라인을 통한 의견 수집 및 지방청 계, 과장급 토론회를 병행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쳤다.
차 의장은 “어디든 남녀 직원간의 불미스런 문제는 애매한 영역에서 시작되는 만큼 문제될 전조증상을 사전에 차단해 업무중심의 직장분위기를 정착하자는 것이 근본취지”라고 밝혔다.
또 “시민이 바라는 경찰상을 구현하기 위해 경찰도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두 사람 간 사적연락금지를 동성에도 확대하고, 회의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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