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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도 남북관계만큼

입력
2018.10.03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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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초호황이다. 닛케이지수는 1일 2만4,245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27년 만에 최고치다. 일본은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수출이 늘면서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은 부족한 상태다. 실업률은 1993년 이후 최저치인 2%대다. 일자리를 원하는 이보다 기업에서 구하는 사람의 수가 1.63배 많다.

미국 경제는 더 좋다. 다우산업지수도 1일 2만6,651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인 3.9%다. 구인난이 심해지자 기업들은 앞다퉈 임금을 올리고 있다. 최근 월마트가 시간제 근로자 임금을 10달러에서 11달러로 올리자 경쟁업체인 타겟은 시급을 12달러로 인상했다. 이러한 근로자의 소득 향상은 소비 증가와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정작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유럽도 빠질 수 없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을 가리키는 유로존의 지난 8월 실업률은 8.1%를 기록했다.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주요국 경제가 하나같이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 지도자가 경제에 사활을 걸고 기업 친화 정책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 등을 편 게 큰 힘이 됐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업을 옥죄던 고충을 해소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통화량을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엔화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줬다. 실제로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6년 간 20% 이상 상승했다. 법인세율도 37%에서 30% 수준으로 낮췄고, 노동 규제와 환경 규제도 완화했다. 전기요금 부담까지 원전을 재가동해 덜어줬다. 기업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기술 혁신으로 화답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표와 직결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믿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35%였던 법인세율을 21% 단일 세율로 인하했다. 설비투자 세액 공제도 늘렸다. 전 세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전쟁도 결국 미 기업과 일자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훈풍에 유독 한국은 쏙 빠져 있다. 지난해 월 평균 31만6,000명이었던 취업자수 증가 폭(전년동월대비)은 8월 3,000명으로 추락했다. 100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은 재앙에 가깝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0%로,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미일과 달리 우리는 법인세율을 올리고 기업을 적대시한 결과란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를 문재인 정부만의 잘못으로 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사실 징조는 이미 3년 전부터 나타났다. 2015년 10월부터 조선ㆍ해운ㆍ자동차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 그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쫓겨난 이만 3,600여명이다. 파장은 지역 경제와 자영업, 서비스업 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믿었던 삼성과 현대차의 경쟁력도 밀리고 있다. 중국에서 1등을 달리던 삼성전자 휴대폰의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새 정부가 출범할 즈음엔 이미 한국 경제가 익사 직전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의욕이 넘쳤던 경제팀은 이를 정확히 읽지 못한 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단행했다. 집값이 하룻밤 새 1억원도 오르는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 1,000원 안팎 올린다고 경제가 당장 망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게 익사 직전 상황에서 물 한 바가지를 더 부은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명약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선 독약이 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남북 관계 개선도 결국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다. 온통 평화 문제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 정작 안살림이 망가지면 무슨 소용인가. 이젠 대통령이 나서 경제를 살릴 때다. 첫 단추는 경제팀에 대한 인사다. 박일근 경제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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