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샹송 가수 샤를 아즈나부르가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프랑스 문화부가 1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랑스 노래의 마지막 거장(프랑스TV)”을 잃은 프랑스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아즈나부르는 노환으로 지난 밤사이에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에이전시가 전했다. '프랑스의 프랭크 시내트라'라는 별명이 붙은 아즈나부르는 오랜 기간 사랑 노래로 샹송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인 그는 1940년대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와 쥘리에트 그레코의 곡을 쓰며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해 1,200여 곡을 직접 쓰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와 배우로 활약했다. 2009년엔 스위스 주재 아르메니아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프랑스어는 물론, 영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독일어 등으로 자유자재로 노래를 불렀으며, 대표곡으로는 '라 맘마', '이자벨', '라 보엠', '쉬'(She) 등이 있다. 세계 80개국에서 총 1억8,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프랑스 음악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공을 인정 받아 199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Legion d'honneur)을 받았고 2004년엔 아르메니아 정부로부터 '아르메니아 국가 영웅' 칭호를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다. 마크롱은 학창시절 가라오케에서 아즈나부르의 샹송을 즐겨 불렀다고 한다. 아즈나부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지난달 12일 베르샤유궁에서 베푼 환영 만찬 자리에도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부음을 듣고 트위터에 “진정한 프랑스인이자 아르메니아인이라는 뿌리를 놓지 않았던 세계적 명성의 아즈나부르는 3세대에 걸쳐 우리와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해왔다”면서 “그가 남긴 걸작들과 목소리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아즈나부르는 작별을 고했지만, 그는 언제나 무대와 함께 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아즈나부르의 마지막 인터뷰는 지난 금요일 저녁 프랑스의 한 방송에 방영됐다. 이 자리에서 아즈나부르는 죽기 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여든이 훨씬 넘어서도 무대에 종종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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