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왜 저와 함께 일을 했을까요? (흥행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190개 국가에 공개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요?”
1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한 호텔.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무대에 올라 다짜고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100여명의 취재진 앞에서 위기, 기회, 핵심비전 선포, 결심, 초심 등 7가지 주제로 30여분간 홀로 마이크를 잡았다. 새로운 제품의 소개 행사를 강렬한 이벤트로 만들었던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했다.
그는 실제인지 가짜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냈다.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 등으로 고공행진하던 YG엔터테인먼트(YG)의 시가총액이 주르르 떨어지게 됩니다. 양현석 (YG) 회장님은 (경쟁사) JYP엔터테인먼트 시총이 YG보다 높은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매일 밤 위스키와 함께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정말 YG에 무슨 위기라도 닥친 것일까. 그리고 승리는 새로운 이날 새로운 사업 설명회를 한 것일까. 실은 5일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리얼 시트콤 ‘YG전략자료본부’(‘YG전자’) 제작발표회의 모습이다. 승리는 이날 제작발표회를 마치 시트콤 촬영을 하듯 과장된 몸짓으로 진행했다. 정확히 말하면 취재진 앞에서 연기를 한 것이다.
국내 3대 가요기획사 중 하나인 YG와 넷플릭스가 두 번째 합작품을 내놓는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YG 소속 연예인 유병재가 유튜브로 공개했던 코미디 콘텐츠 ‘블랙 코미디’와 ‘B의 농담’의 판권을 구매해 공개한 적이 있다. 이번엔 아예 ‘YG전자’를 자체 제작했다. 시트콤의 내용은 이렇다. 양 회장의 눈 밖에 난 승리가 사내 기피 1순위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로 좌천돼 위기의 YG를 살려낸다는 이야기다. 케이블채널 Mnet ‘음악의 신’과 ‘UV신드롬’ 등 ‘페이크 다큐 예능’을 선보였던 박준수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CJ ENM에서 YG로 옮겨 일하고 있다. YG 소속 연예인과 PD가 뭉쳤으니 YG의 내부 면모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YG전자’는 제작발표회장 승리의 행동처럼 ‘B급 예능’ 코드가 가득하다. 승리가 “얘들아, 자나깨나 스캔들 조심”이라며 후배 유명 그룹 위너 멤버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 등이 실제인 양 담겨 있다. 승리는 “‘YG전자’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들이 많아 연기할 때 불편한 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들이 YG 안에서 일어났단 말이야?’ 할 정도로 놀라실 것”이라고도 말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박 PD도 “퇴사할 각오로 (YG의 어두운 부분을 희화화해) 제작했다”고 우스개 어린 말을 했다. 그만큼 실제 YG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계약 기간이 다 된 연예인과 소속사의 관계, 선후배 아이돌그룹이 나누는 솔직한 대화 등이 그렇다. YG 소속 가수인 블랙핑크와 위너, 아이콘, 이하이, 이수현 등도 등장해 K팝 팬인 시청자라면 관심을 더 가질 만하다.
K팝과 아이돌그룹에 치우친 콘텐츠 아니냐는 선입견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승리는 “YG와 빅뱅을 모르는 분들도 이 작품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를 보면서 공감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거주하는 70대 할머니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거들었다.
넷플릭스는 ‘YG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넷플릭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자체 제작한 뒤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시즌 2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며 “앞으로도 국내 콘텐츠 제작에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유재석 등이 출연해 자체 제작한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를 준비 중이며,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협업한 드라마 ‘킹덤’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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