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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버리고 선제적 ‘역브렉시트’… 글로벌 금융사들 파리로 이전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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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버리고 선제적 ‘역브렉시트’… 글로벌 금융사들 파리로 이전 러시

입력
2018.10.01 17:07
수정
2018.10.01 19: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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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의 무역협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협상에 별 진전이 없어 6개월 이후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의 무역협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협상에 별 진전이 없어 6개월 이후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에서 상반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 금융의 심장으로 상징됐던 ‘시티 오브 런던’을 버린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파리로 몰려드는 반면, 유럽 대륙과의 관계가 끊기게 된 영국 회사들은 브렉시트 직후의 수출입 불확실성에 대비해 초콜릿부터 자동차 부품까지 재고를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힘은 빠지고 걱정은 커지면서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리던 영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블랙독이 파리에 유럽 본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파리의 직원이 1년 안에 200~300명으로 6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에 운영허가를 신청한 70여개의 자산운용사 가운데 블랙록의 규모가 가장 크다. 앞서 지난 여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00여명이 일할 사무실을 파리에 새로 열었고, 시티그룹은 트레이딩 사업부를 런던에서 파리로 이전했다.

JP모건체이스도 파리에 매력을 느껴 거점을 옮길 예정이다. 이외에 모건스탠리는 파리에서 80여명의 추가 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골드만삭스도 유럽에서 인력을 늘린다면 프랑스가 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HSBC는 런던의 일자리 1,000여개를 파리로 이전하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로 생길 프랑스 금융계의 일자리는 3,500여개로 추산된다. 대니얼 핀토 JP모건 대표는 “파리가 유럽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는 20년 전 런던에서 했던 일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파리가 부각되는 건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비용과 마크롱 정부의 기업 친화적 정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기업들은 의약품과 초콜릿, 항공기, 자동차 등 전 업종에서 재고를 늘리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세관 절차가 일시적으로 지연되면 제품과 원료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U와의 협상이 맴돌면서 영국이 무역협정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탓이다.

의약품의 경우, 75%를 EU에서 들여오는 터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대형 제약업체는 각각 1억달러와 9,200만달러를 들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자동차업체 BMW는 브렉시트 이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수주 동안 영국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항공업체 에어버스도 협력업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품 여유분량을 확보하도록 주문했고, 심지어 제과업체 몬델레즈는 초콜릿을 비롯한 각종 원료를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스페인산 냉동 오렌지주스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 24%의 관세를 새로 물게 돼 비용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WSJ는 “수출입 상품이 영국 해협을 오가는 업체들은 브렉시트 이후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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