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새로 적용될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방식을 협상 중인 한미가 쟁점을 통째로 교환, 전체 득실 균형을 맞추는 식의 절충에 들어갔다. 의제별 입장 차를 좀체 좁히지 못하면서다. ‘묶음 거래’(패키지 딜)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협정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올 3월부터 진행 중인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상황에 대해 “총액과 유효기간, 연(年)증가율, 제도 개선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패키지 딜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절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패키지 딜은 양측 대립 각이 첨예한 쟁점 의제가 여러 가지인 상황에서 예컨대 총액 관련 미국 측 요구를 우리가 상당 부분 수용하는 대신 유효기간과 연증가율 협상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협하는 ‘양보 주고받기’ 식 일괄 거래를 뜻한다. 당국자는 “제도 개선의 경우 진전이 있지만 (나머지) 세 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입장이 서로 다르니 서로 조율하며 수용 가능한 선에서 어떻게 타결할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부가 차선책을 모색하는 건 올 연말인 9차 SMA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아직 접점을 찾은 의제가 별로 없어서다. 특히 핵심 의제인 총액 관련 이견 폭은 지난달 19~20일 워싱턴 미 국방대에서 열린 7차 회의에서도 크게 축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자는 “아직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했다. 미측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자국 전략자산(무기)을 전개했을 때 그 배치 비용을 한국과 분담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되는 ‘작전지원’ 항목을 방위비 분담금에 신설할 것을 제안한 뒤 거기에 맞춰 분담액을 올려달라고 우리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그간 전해져 왔다.
다만 미측 입장이 여전히 요지부동인지는 불확실하다. 당국자는 ‘미측이 방위비 분담금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 포함을 계속 요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라고 답변하기 힘든 내용”이라 했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회의 결과 브리핑 때마다 외교부는 미측이 분담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 자리 등에서 거론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비용도 분담금을 상승시킬 수 있는 변수다. 당국자는 “연합훈련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상호 호혜적이어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연합훈련의 경우 참가 국가가 자기 비용을 부담하는 게 관례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미측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이해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자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된 데 대해 “기본적으로 양국 정상 간에 논의됐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만큼 양측 협상 대표단 입장에서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걸 유념하면서 협의하겠지만 시한에 쫓겨 내용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새 협정 체결 지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협정 공백 사태도 정부는 대비하고 있다. 당국자는 “국방당국이 지난해에 준해 이미 내년 예산을 계상한 만큼 예산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10월 초까지 합의한 뒤 연내 국회 비준동의를 다 받아 발효시킨다는 당초 목표를 감안할 때 일정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어떻게 공백을 최소화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8번째 회의는 이달 중순쯤 서울에서 열린다. 당국자는 “한미는 상호 수용 가능한 타결안 마련을 전제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비용 분담에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차기 회의에서 양측 입장 차이를 집중해 조율키로 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미군 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명목으로 쓰인다. 올해 우리 측 분담액은 9,602억원이다. 한미는 1991년 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었고, 2014년 타결된 9차 협정이 연말 만료된다. 이번 회의는 10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일환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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