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의 2019년도 생활임금이 정부의 최저임금보다 먼저 1만원 시대를 열게 됐다. 서울시는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148원으로 책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시가 생활임금 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도입 한 후 4년 만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도입’보다 1년 앞서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도 생활임금을 올해보다 10.2%(937원) 올린 시급 1만148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보다 1,798원 많은 금액이다. 법정 월 근로시간(209시간)을 적용하면, 월급 212만932원(통상임금 기준)에 해당한다.
생활임금은 지역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3인 가구 기준)가 법정 근로시간 동안 일하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비, 식비, 교육비, 교통비, 문화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제도로, 통상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높다. 서울시는 시와 서울연구원이 개발해 사용 중인 ‘서울형 3인가구 가계지출모델’을 활용해 생활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박경환 시 노동정책담당관은 “서울의 근로자들의 경우 소비 지출에 비해서 임금이 많이 낮은 상태”라며 “노동자의 삶의 질을 위해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특히 근로자 3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생활임금 제도 시행 이후 ‘소득증대로 인해 업무 태도가 개선됐다’고 답한 응답자가 70%에 달하는 등 생활임금으로 단순히 근로조건만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개선 효과가 동반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서울시의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공무원 보수 체계를 적용 받지 않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직접 고용 근로자 ▦서울시 투자기관 자회사 소속 근로자 ▦민간위탁 근로자 ▦뉴딜일자리 참여자 등 총 1만여명 규모다.
반면 지자체 곳곳에서 정부의 최저임금을 훨씬 웃돌거나 1만원대의 생활임금이 책정되면서 지자체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생활임금을 시행 중인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광주(1만90원) 경기(1만원) 전남(1만원)도 내년도 생활임금이 모두 1만원대를 돌파했다. 충남(9,700원)과 제주(9,700원)도 1만원대 진입이 목전이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같은 직종이라도 민간 기업의 경우 이보다 낮은 임금이 책정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생활임금은 한 번 올리면 내릴 수 없다”며 “서울시 같은 경우는 재정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다른 지자체 같은 경우 면밀한 분석 없이 서울을 쫓아갔다가는 재정에 부담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의 경우, 공공부문에 적용되는 생활임금이 민간부문의 임금 인상을 압박한다는 이유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이어 생활임금도 민간의 임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많이 이뤄진 만큼 지역의 임금 체계를 정부의 최저임금과 연동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7,92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세종시는 조만간 생활임금 관련 조례 폐지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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